"에코프로-포스코 뜨는 이유는 '경기침체' 두려움 때문"
[편집자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신뢰를 잃고 있다. 시장 전망이 빗나가는 일도 적지 않고, 선행매매와 같은 범죄도 발생했다. 리서치센터에서 소신있게 내놓은 종목 의견은 '조리돌림' 수준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오히려 신뢰하기 어려운 유튜브 등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그들은 주식시장을 수십년간 지켜온 전문가들이며 축적된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방향과 투자방법, 주목할만한 업종을 물었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서울=뉴스1) 김정은 강은성 기자 = "성장주가 급등하는 것은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질 때입니다. '성장의 희소성' 때문인데요, 올해 하반기 설령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기둔화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장'하는 산업과 종목에 대한 소구가 더 높아집니다. 성장에 매우 높은 기대가 쏠려 있는 2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역사적으로 반복해왔던 성장주 사이클과 닮았다고 진단했다.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상황에선 아무리 좋은 주식도 약점이 부각되기 때문에, 그 반발로 성장에 대한 '믿음'이 큰 특정 산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2차전지 업종의 상승세가 '역대급'이라고 하지만 이런 급등세를 보인 업종이 국내 증시 역사상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이오, 화장품, IT, 인터넷 등에서 성장주 급등세가 나타났고, 그 배경에는 대체적으로 성장의 희소성이 있었다.
김 센터장은 "예전 바이오나 7~8년 전 화장품 등 당대의 성장주라고 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경기가 안 좋은 와중에도 성장할 것 같은 산업"이라며 "바이오의 경우 성장이란 콘셉트를 사는 거라면 화장품이나 2차전지는 실체가 있다는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주식은 2년반마다 기회 또 온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2020년 바이오·제약 종목과 인터넷플랫폼 종목은 저금리 속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이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2019년 말 2915.31에서 2020년 말에는 5517.37로 89%가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맞이하면서 현재 2545선까지 밀린 상황이다.
소액주주가 도합 300만명에 달하는 '네카오'(네이버, 카카오)는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네카오는 현재 주가가 반토막 내지는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김 센터장은 "닷컴 버블 당시 꿈 꿨던 미래는 20년이 지난 현재, 현실로 구현돼 있다. 당시 닷컴버블 종목에 형성됐던 주가는 '실현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치솟았다. 때문에 성장주에 대한 믿음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 반영이 너무 과하게 된 경우엔 향후 성장이 이뤄지더라도 좋은 투자의 대상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조언했다.
최근 국내에선 2차전지의 성장성에 과도한 기대가 쏠리면서 '널뛰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정 업종이나 종목이 상승세를 보일때 그런 '흐름'을 따라가는 투자가 '모멘텀 투자'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한다.
금등세를 보이는 종목을 좇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흐름, 즉 모멘텀 투자를 하기 때문에 해당 주식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
그는 "개인들이 투자를 할 모멘텀을 찾았을 때는 호재가 상당히 많이 투영돼있는 상태일 수 있다"며 "항상 지나치게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는데, 성장주는 5~10년 뒤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증이라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주식의 경우 통상적으로 2년 반에서 3년이 지나면 리레이팅되는 경향이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단순 유행에 따른 투자가 아닌 투자자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반기 코스피 상단은 2700포인트
비슷한 맥락에서 김 센터장은 최근 2차전지 관련주가 적정 가치를 넘어 '밈주식'(유행성 주식)에 가까운 성격으로 급등한 데 대해 "테마주의 버블이 꺼지는 신호에 집중해야 한다"며 "1차적으로는 금리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에코프로나 미국 나스닥 지수가 급등한 건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작동을 했다고 본다"며 "미국의 긴축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 2차전지주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다음으로 꼽은 건 단연 '실적'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숫자로 증명되지 않으면 주가는 결국 꺾일 수 밖에 없단 것이다.
성장주의 과열은 지난 20여년간 인터넷과 바이오,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외피'만 바꿔가며 역사적으로 반복됐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본질적으로 거품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달리는 말'에 투자하는 경우는 그만큼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조급증이 투자에는 가장 큰 적"이라고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 고점은 2700포인트(p)로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대정체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증시의 '반짝' 상승은 지난해 하락세에 따른 반등이란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15%가량 올랐고 코스닥은 28% 상승했다.
이어 "하반기에 반도체가 좋아질 여지가 있는 것 같고, 중국도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상반기보다는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상반기에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기 떄문에 하반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채권도 괜찮은 투자처
다만 김 센터장은 코스피가 지난 10여년간 장기 박스권에 진입했다고 봤다. 가장 큰 원인은 '차이나 리스크'다. 대중 무역 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소극적인 주주환원 기조 등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최근 일본의 주가가 많이 올라가는 배경에는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전 세계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가장 낮은 국가가 한국, 그다음이 일본인데 일본은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하면서 거버넌스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니케이225지수는 약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토추상사를 비롯, 일본 주요 종합 상자 주식의 보유 비중을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채권 등 확정금리부상품 등도 괜찮은 투자처가 될 것으로 봤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김 센터장은 "채권은 본질적으로 만기까지 가져간다고 하면 이자를 받는 건데 자산의 일부를 주식 외에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식은 리턴이 안 될 확률이 있지만 채권은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 1997년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2006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2010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부장 2019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04~2015년 조선일보·매일경제 베스트 애널리스트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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