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놔두세요"...편의점 업계의 외마디

김태헌 2023. 7. 3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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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역할 다양해지자 정부 각종 규제 겹겹이 늘어
업계 "편의점은 개인 사업자…정부 정책 시험대 아냐"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편의점 업계가 각종 규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편의점을 시험대 삼아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정책들을 지속해 내놓으면서다.

A씨는 비닐봉투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동을 부렸다가 점주에 고소당하자 앙심을 품고 차를 편의점으로 돌진시켰다. [사진=MBC보도 화면]

2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정부 규제로 출입문과 유리벽 등에 부착됐던 불투명 시트지가 이달부터 제거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편의점 외부에서 담배 등이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 시트지 부착을 강제해 오다, 편의점 근무자가 강력 범죄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자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편의점 업계는 그동안 누누이 "외부에서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으면 범죄 우려가 높다"며 불투명 시트지 부착 반대 의견을 밝혀왔지만, 정부는 업계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편의점 직원에 대한 강력 범죄가 이어졌고 정부는 이달에야 불투명 시트지 부착 의무를 없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마신 일회용 컵을 편의점에서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해 6월부터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도입을 연기한 상태다. 대신 지난해 12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 범위를 확대해 편의점에서도 일반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종이 쇼핑백과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라는 것이었다. 현장 혼란을 우려한 정부가 내년까지 단속을 유예했지만 현장에서는 고객과 점주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편의점주는 "계도기간이지만, 비닐봉투 판매가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봉투는 판매하지 않는다"며 "일부 고객은 왜 봉투를 주지 않는냐고 화를 내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편의점 운영 주체가 대부분 개인이라는 점을 고민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대부분 철회되면서, 정부가 편의점을 정책 시험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내년부터 시행예정이었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에는 지금까지 보존·유통온도가 10도 이하였던 우유와 두부를 5도 이하로 낮춰 유통·판매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 됐었다.

편의점의 냉장고 온도를 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전기료가 발생해 개인 점주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또 노후화 된 일부 냉장 시설물의 교체도 필요하다. 특히 가맹본사의 물류센터 냉장 시설과 운반 차량도 설비를 추가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등 천문학적 비용 발생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정책 도입을 연기한 상태다.

최근에는 편의점 냉장고에 문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냉장고에 문을 달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강제가 아닌 자발적 신청을 받고, 일부 비용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 이후 실제 대형마트 등에서는 냉장고에 문을 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전기료 절감 효과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편의점의 경우 냉장고 문을 달아 두면 한 번에 한 사람 밖에 제품을 꺼낼 수 없어 대기 줄이 생기고, 좁은 매장 특성상 고객 동선에도 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하지만 냉장고 문 설치 비용 중 60%를 정부가 지원하지만, 나머지 40%는 개인 점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수 백 만원의 설치비 부담도 여전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편의점을 대형마트와 함께 규제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편의점은 대형마트처럼 기업이 아닌 개별 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정책들이 도입을 예고했다 무산되는 등 정부가 편의점을 시험대 삼아 정책을 테스트하는 것 아니냐 할 만큼 최근 업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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