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공급 감소에도…상품성 낮아 값 약세
반입 지난해 대비 12% 줄고
병해과실 반품사례도 증가
‘그레이트’ 값 작년보다 20%↓
휴가철 가정소비 감소 전망
“당분간 반등 기대 어려울듯”
최근 2주 연속 내린 비로 복숭아 낙과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산지 관계자들은 세균성구멍병(천공병)과 탄저병이 확산됨에 따라 정상과 수량도 감소해 농민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복숭아 작황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에도 수요는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아 당분간 시세는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낙과에 이어 천공병까지…정상과 수량 감소=올해 조·중생종 복숭아 생산량은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개화기 때 저온 피해로 착과량이 감소한 데다 최근 2주 동안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낙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별로 낙과 피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상도와 전남 지역에서 복숭아 낙과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상주에서 9917㎡(3000평) 규모로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준성 한국복숭아생산자협의회장은 “저온 피해로 복숭아 착과량이 줄었는데 이번에 비 피해까지 겹쳐 중생종 복숭아 수확량이 평년의 50%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심지어 과실 크기도 작아 지난해 2.5㎏들이 300상자가 나왔다면 올해는 100상자에 그칠 것 같다”고 했다.
충북 음성의 경우 10% 정도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김기택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주변 농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낙과가 10∼13%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생종 수확량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피해규모가 크지 않아 생산량 추이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품위 저하다. 계속 내린 비로 방제작업이 원활하지 못해 천공병과 탄저병 등 병충해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상호 경북 영천 금호농협 과장은 “천공병으로 유모계는 평년에 견줘 정상과 비중이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병충해 확산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일부 지역에서는 계획했던 복숭아 판촉행사를 취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 경산시의 경우 28일 복숭아 판촉행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저온 피해와 낙과로 작황이 악화돼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매수 심리마저 위축=산지 생산량 감소에 더해 소비 심리마저 위축돼 복숭아값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그레이트’ 복숭아가 4㎏들이 상품 한상자당 1만9272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7월(2만4162원)보다 20.2% 낮은 값이다.
가락시장 전문가들은 반입량이 감소했어도 당분간 시세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 이후로 복숭아에 탄저병이 확산돼 반품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현재 중도매인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자를 일일이 검수하고 탄저병 발생 과실이 있으면 구매하지 않아 시세가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1∼28일 기준 가락시장 복숭아 전체 반입량은 769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689t보다 11.5% 감소했다.
김문겸 중앙청과 경매사는 “현재 중도매인들 사이에서 제일 중시하는 매입 기준은 병충해가 없는 상품”이라며 “탄저병이 계속 퍼지면 시세는 지금과 같은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산지에서는 꼭지까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등 선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식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보통 여름 휴가철엔 해외여행 등으로 가정의 과일 소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분간 복숭아 시세 전망은 밝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장마가 끝나 시세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흠 서울청과 경매사는 “현재 출하되는 물량은 비의 영향으로 낮은 당도와 품질 때문에 중도매인들도 쉽사리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곧 출하될 물량들은 당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세가 반등할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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