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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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아프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쉽게 포획된다는 점도 자기혁신 방해 요소다.
기업은 혁신 상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혁신을 장려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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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대한 열망 높아야 성공
국가도 규제 장벽들 제거 필요
리더의 희생적인 비전 제시 후
인고의 시간 지나야 열매 맺어
이별은 아프다. 이별하는 연인만 아픈 것이 아니다. 친한 친구와 헤어지는 학생이나 재개발 때문에 정든 동네를 떠나야 하는 노인도 아프긴 마찬가지다. 기약 없는 이별이나 관계가 단절되는 이별을 결별(訣別)이라 한다. 스스로 익숙한 것과 결별하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도 많다. 연초마다 반복되는 다짐은 과거 나와의 결별 선언이다. ‘새벽에 영어 1시간 공부하고, 몸무게를 10㎏ 줄이고, 매주 책을 한권씩 읽는다’는 ‘자기혁신’ 선언이다.
자기혁신은 삶의 패러다임 전환이 핵심이다. 자기혁신이 어려운 이유를 전문가들은 두가지로 함축한다. 우선 혁신을 향한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기혁신 성과에 대한 강한 욕망이 필요하다. 이 동기부여 에너지가 없다면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쉽게 포획된다는 점도 자기혁신 방해 요소다. 익숙한 일상이 주는 편안함을 헤치고 나오기는 참 어렵다. 이를 의식적으로 극복하고 혁신이 가져올 성과에 대한 열망을 높여야 자기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에이허브 선장은 끝없는 바다에서 정복되지 않은 거대한 고래에 도전한다. 그는 익숙함과 결별하고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광기 어린 인간상이다. 결국 에이허브 선장은 모비딕과의 대결에서 실패하지만 망망대해에서 보여주는 그의 미친 집중력은 자기혁신에 도전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도 익숙함과 결별하기는 어렵다. 기업은 혁신 상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무선 휴대전화 서비스는 1945년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기득권 보호와 무관심 그리고 정부의 규제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시점에야 도입됐다고 한다. 반면 혁신 성공 사례도 있다. 20세기 초 포드는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생산과정을 혁신해 자동차 1대 조립시간을 750분에서 무려 24초로 단축했다. 자동차를 값싸게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팔았고 종업원 급여도 덩달아 올랐다. 혁신이 아름다웠던 자본주의 시기였다.
현대 기업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마케팅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와 규제로 시장 진입장벽을 높인다. 그 결과 혁신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혁신을 장려할 것인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규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제 산업인 금융을 보자. 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금융에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열거주의(Positive System) 규제가 기본이라 허가사항을 나열하고 나머지 사항은 전부 금지한다. 이 체계에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탄생하기 어렵다. 열거주의 규제는 산업을 과점화하고 혁신을 저해한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리더는 자기혁신을 통한 희생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리더는 또한 울림 있는 진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익 증가, 점유율 성장 같은 수치적 비전이 아니라 우리 조직의 혁신이 왜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가슴 뛰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스펜스 존슨의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와 혁신의 본질을 말하는 우화다. 늘 있었던 치즈(행복·이익)가 갑자기 창고에서 사라졌을 때 변화를 탓하고 막연히 거기에서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익숙함을 떨쳐버리고 치즈를 찾으러 다시 미로로 나설 것인가. 누구에게나 익숙함과 결별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인고의 꽃이 떨어져야 혁신이라는 열매가 맺힌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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