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벌기 힘든 1위 기업들…"새 금맥 캐자" 돈 쏟아 붓는다

최경민 기자 2023. 7. 31.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정유 부문 1위 SK이노베이션과 화학 부문 1위 LG화학이 나란히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거뒀다. 그동안 정유·화학 업계를 향해 제기돼 온 위기론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상황을 반전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라는 평가다. 미래 신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제외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247억원이었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직접 사업 영업이익이 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 기업들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분기에 1000억원을 버는 것에도 힘겨워한 셈이다.

회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정유와 화학 부문에서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은 2분기 411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LG화학의 화학사업은 1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실적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시황의 영향도 있었지만, 예고돼 온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업계에 강하다. 정유와 화학 사업의 경우 꾸준히 위기론이 제기돼 온 분야다. 정유의 경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반짝 활황을 거쳤으나, 추세적인 사업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 지목돼 왔다. 대표적인 '탄소배출' 사업이기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출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학 부문의 경우 여기에 중국 및 중동발 과잉 공급이라는 변수까지 더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 시장의 모습을 볼 때 정유 부문은 가장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 됐다"고 자평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요 대비 과잉 공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에, 근원적인 회사 전반의 체질을 개선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며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SK 울산콤플렉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들 1위 기업의 인식은 '더이상 기존 캐시카우에 의존할 수 없다'에 가깝다. 일찍이 이차전지 사업에 투자하며 포트폴리오 개선을 노려온 두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매분기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고 있는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SK온 역시 지난 2분기 적자폭을 1315억원까지 줄이며 흑자전환의 순간이 머지 않았음을 알렸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해온 SK이노베이션은 향후 그린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CCUS(탄소포집저장)에 2010억원, 폐기물 연료화(waste to fuel)에 3330억원, 암모니아에 5450억원 등 1조원 넘는 투자 목표를 새로 잡았다. 이를 통해 넷제로(탄소순배출 0) 달성, SAF(지속가능항공유) 제조, 수소 저장 ·운송 등과 관련한 기술을 확보한단 방침이다.

LG화학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를 이용한 외화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2조6000억원을 3대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신약)에 투자키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저수익 석유화학 사업에 대해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에 있다"며 "성장성이 둔화된 비핵심 자산은 '자산 합리화' 등을 통해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임대, 지분 일부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그렇게 마련한 자금을 신성장 사업에 추가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및 화학 시황이야 향후 단기적으로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변하지 않으면 '화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며 "업계 1위 기업들도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감에 변화를 택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