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극복’ 日 수영스타 이케에, 6년만의 세계선수권서 金보다 값진 7위

이케에 리카코

지난 29일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50m 결선이 열린 일본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 일본의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23)가 모습을 드러내자 5700여 관중이 환호했다. 이케에는 이 경기에서 8명 중 7위(25초78)를 하며 메달을 따진 못했다. 그러나 이 종목 우승자 사라 셰스트룀(30·스웨덴)은 “이케에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며 “일본 국민은 그를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이케에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6관왕을 차지하며 일본의 수영 영웅으로 등극했다. 여자 선수론 최초로 아시안게임 MVP(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2019년 2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그해를 항암 치료를 받으며 보냈다.

그는 백혈병 진단 이후 400여 일 만인 2020년 3월 수영장에 다시 뛰어들어 코로나로 한 해 미뤄진 도쿄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는 ‘인간 승리’ 드라마를 썼다. 개인 종목 대신 단체전인 계영 3종목에만 나섰고, 접영 멤버로 뛰었던 혼계영 400m에서 결선 8위를 했다. 계영 400m와 혼성 계영 400m는 예선 9위로 결선엔 못 갔다. 병마가 할퀴고 간 후유증으로 이케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헝가리 부다페스트)엔 가지 못했다. 대회 파견을 위한 개인 종목 기록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사의 전투에서 승리했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일본선수권 접영 50m·100m와 자유형 50m·100m 정상에 오르며 6년 만에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이케에가 개인 종목 결선에 오른 부문은 접영 50m뿐이다. 고교생이던 6년 전 대회 성적(접영 100m 결선 6위)과 비슷했다. 그래도 희망을 봤다.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메달을 따보고 싶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 무대에서 수영한 저 자신이 좋았고 무엇보다 즐거웠다”고 했다. “국제 대회에서 (다시) 결과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병마와) 싸워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