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누가 하나' 30년 논쟁... 학계 "통합 조직으로 대응해야"
여당, 치수 기능 국토부 재이관 추진
"누가 맡든 일원화 틀은 유지해야"
30년 만에 결정된 '물관리 일원화'가 올해 집중호우 피해 급증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여당은 환경부로 넘어간 '치수(治水)' 기능을 국토교통부로 다시 이관하는 법안(일명 물관리정상화법)을 최근 발의했다. 환경 보호를 최우선하는 환경부가 준설 등 수자원 관리까지 맡기엔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학계의 중론은 어렵게 달성한 물관리 일원화의 틀을 유지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각론에서는 여러 의견이 제기됐다. 물관리를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봤다.
'물관리 일원화'는 30년 논쟁 결과물
당초 환경부와 국토부는 1990년대 초부터 각각 수질과 수량을 관리했다. 가뭄과 수질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한 기관이 수자원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물관리 일원화 시도는 1993년부터 2006년까지 6차례 실패한다.
물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정권에서 급물살을 탄다. 4대강 사업 비판 여론이 들끓자 환경부가 수질과 수량을 함께 관리하도록 가닥이 잡힌 것이다. 이어 2020년 정부조직법이 개정됐고 지난해부터 국토부에 남았던 하천 관리기능까지 환경부로 옮겨졌다. 물관리 일원화는 1995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OECD가 권고했던 바이기도 하다.
"일원화 후퇴 안 돼... 환경부 강화해야"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환경부 역량을 강화할 때라고 주장한다. 환경부가 물관리에 실패해 올해 수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무엇보다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할 필요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행정학회가 2021년 작성한 '물관리 정책 및 행정체계 발전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등 20곳 이상의 OECD 회원국에서 환경 업무 담당 부처가 통합적으로 물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하차도 참사와 산사태 피해 등은 국가 재난대응 체계의 잘못으로 봐야지 물관리 일원화 탓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원화 과정에서 국토부 수자원정책국과 홍수통제소 등이 환경부로 그대로 이전됐기에 해당 조직을 제대로 활용하면 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환경부가 규제 기관이라 치수도 환경을 고려하는 등 미래 수자원 관리에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경오 한경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수자원 개발보다 관리가 중요한 시대가 됐기에 환경부에 물관리를 맡겼던 것”이라면서 “국토부처럼 제방을 높이기보다 제방을 후퇴시켜 하천 폭을 넓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부연했다.
"환경부 한계… 통합 조직 꾸려야"
환경부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학자들은 일개 ‘국’이 담당하기엔 기후변화가 심각해졌기에 수자원청 같은 물관리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내 연평균 집중호우 일수는 1910년대 0.7일에서 2010년대 12.0일로 크게 늘었다. 2050년에는 전국 홍수량이 12%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정창삼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은 “치수 사업은 근본적으로 생태계에 손댈 수밖에 없는데 환경부 산하 조직에는 어려운 일”이라면서 “중국 등 외국처럼 수자원부(수자원청)를 설립하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행정 조직을 또 흔들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부처가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자원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2년에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수해방지대책기획단을 설립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를 환경수자원부로 개편하자는 주장도 있다. 환경부의 물관리 인력과 조직을 대폭 늘리고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전경수 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는 차관 두 명이 복지와 보건 분야를 각각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를 예로 들면서 “환경부에 2차관 제도를 도입해 물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물관리 일원화는 미완성"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물관리 일원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지방하천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왔다. 행정안전부(방재) 농림축산식품부(농업용수) 산업통상자원부(발전용수) 등 수자원 용도에 따라서도 관리 기관이 다르다. 중앙정부가 필요할 경우 지방하천에서 직접 하천 공사를 실시하도록 한 하천법 개정안은 이달 27일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돼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장관들이 위원을 맡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설립됐지만 사무국조차 없다”면서 "국가물관리위원회부터 정상화해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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