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천으로 표현한 모성애, 여성, 생명… '오토힙노시스'전 참여한 설치미술가 우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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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회색 사각 천을 여러 번 접은 뒤 가운데를 묶어 늘어뜨렸다.
노년 여성의 가슴과 박쥐의 이미지가 결합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G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오가영(31), 듀킴(31) 작가와의 단체전 '오토힙노시스(Autohypnosis)'를 지난 25일 찾아 우 작가에게 작품의 의미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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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주제의식, 파스텔톤 색감 ‘양가성’
거대한 회색 사각 천을 여러 번 접은 뒤 가운데를 묶어 늘어뜨렸다. 노년 여성의 가슴과 박쥐의 이미지가 결합됐다. 자신을 내주며 소중한 이를 지키고, 배려하고, 도우면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의 이미지를 중첩한 것이다.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최근 제1회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한 우한나(35) 설치미술가의 작품 ‘더 그레이트 볼룸’ 얘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G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오가영(31), 듀킴(31) 작가와의 단체전 '오토힙노시스(Autohypnosis)'를 지난 25일 찾아 우 작가에게 작품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다양한 오명을 지닌 존재의 양가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년 여성의 가슴은 모성애, 여성, 생명 등을 상징하지만, 보통 노년 여성은 남성이나 젊은이보다 열등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린다. 박쥐도 마찬가지다. 식물의 씨앗을 퍼트리는 등 생태계 보전에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코로나19의 숙주로 지목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오토힙노시스’에서도 우한나 작가는 비슷한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설치미술 ‘마마’는 뼈대를 상징하는 흰색의 긴 막대에 분홍·노랑·초록색 등 형형색색의 봉제 천 조각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 등 여러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실은 찢긴 살과 장기를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다. ‘어머니’와 같은 자기희생의 존재를 표현한 것이다. “알과 같이 소중하고 연약한 것을 지켜주다가 희생된 존재를 표현하고 싶었다. 생명력을 소진시키며 무언가 지키려는 힘을 말한 것”이란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의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Pieta)'처럼 모성애를 발휘하는 존재를 아름답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 처절하게 표현한다.
무거운 생각에는 어두운 색을 쓰기 쉽다. 하지만 그의 작품 색감이 파스텔 톤으로 밝다는 점이 이채롭다. 우 작가는 “저 역시 엄청 예민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비유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계기가 있다.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에서 신장의 한쪽은 작은데 다른 쪽은 부풀어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는 “그런 공포를 느꼈던 게 처음이었다”면서 “한편으로는 나를 이루는 신체와 장기가 저 멀리 있는 우주보다 훨씬 더 우주 같다는 ‘판타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공포'와 ‘판타지’를 표현하는 작업은 녹록지 않다. 설치미술 작품은 규모가 크고 보관이 어려운 반면 회화 등에 비해 판매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작품에 재활용 천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학 때 작품에 쓸 천 살 돈이 없어 봉제공장 앞을 지나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천 꾸러미를 가져와 봉제작업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그는 돌아봤다. 그는 이후에도 의상실을 하는 친구에게서 버려진 천을 받아 작업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번 수상이 그에게 큰 힘이 된 이유다. “작업을 하면서 자기만족 말고는 보상이 별로 없었는데, 그동안 열심히 했고, 앞으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오토힙노시스’ 전시는 8월 12일까지 열린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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