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주드” 맨시티 홈구장 된 상암구장

이영빈 기자 2023. 7. 3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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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맨시티 vs 스페인 명문 AT 마드리드, 상암서 친선경기
30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친선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맨시티 상징색인 하늘색 물결로 넘실거렸다. 맨시티 최고 스타 엘링 홀란(왼쪽에서 둘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수 마리오 에르모소(맨 오른쪽)와 경합을 이겨내고 헤더 슛을 날리고 있다. /김지호 기자

3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는 재난문자 알림음이 쉬지 않고 들려왔다. 이례적으로 폭염특보와 호우주의보가 동시에 발령한 날이었다. 하필 이런 날씨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강 클럽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스페인 라 리가 명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폭우 탓에 오후 8시 킥오프 예정이었던 경기가 40분가량 늦어지기까지 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자타 공인 현시대 세계 최고 축구팀이다. 지난 2022-2023시즌 트레블(리그·FA컵·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지금껏 유럽 축구 역사에서 트레블을 해낸 건 맨시티 포함, 8개 구단뿐이다. 간판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이 이날 팬들의 기대대로 선발로 나섰다.

그는 EPL에 데뷔했던 지난 시즌 정규리그 3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기존 앤디 콜과 앨런 시어러가 1992-1993시즌 세웠던 한 시즌 최다골(34골)을 가뿐히 넘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2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공식전에서 총 52골을 터트리면서 유럽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맨시티엔 EPL 도움왕 케빈 더브라위너(32·벨기에) 등 최고의 선수가 포진해 있다. 1군 선수 23명의 총연봉만 1억8633만유로(약 2600억원)가량에 달한다. 그들을 이끄는 사령탑은 페프 과르디올라(52) 감독. 그 어렵다는 트레블을 2008-2009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난 시즌 맨시티에서 두 번 이룬 유럽 축구 역사상 유일한 감독이다.

관중석은 하늘색 물결 - 맨체스터 시티 상징색인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휴대전화로 선수들을 찍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맨시티 상징색인 하늘색 물결로 넘실거렸다. 지난 시즌 홀란과 함께 최고 성적을 올린 덕분에 국내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에 맞선 스페인 AT마드리드도 만만치 않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디에고 시메오네(53·아르헨티나) 감독 지휘 아래 앙투안 그리에즈만(32·프랑스), 코케(31·스페인) 등이 버틴 명문 구단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두 팀 맨시티와 AT 마드리드지만, 맞붙은 건 2021-202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1·2차전 합계 맨시티 1대0 승)이 전부였다. 유럽에서도 보기 힘든 두 명문의 맞대결이 한국 서울에서 열렸는데, 오락가락한 ‘도깨비 날씨’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그리에즈만이 날린 슈팅이 맨시티의 골대를 스쳐 지나갔고, 곧바로 홀란이 맘먹고 찬 슈팅을 AT마드리드의 수비수가 간신히 걷어냈다. 양 팀은 ‘장군 멍군’을 주고받았다. 전반 28분 알바로 모라타(31·스페인)의 헤더 슛이 골대 위를 살짝 넘어갔다. 2분 뒤엔 필 포든(23·잉글랜드)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골문 오른쪽으로 살짝 빠졌다.

친선경기답지 않은 신경전도 펼쳐졌다. 맨시티 잭 그릴리시(28·잉글랜드)와 AT마드리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34·스페인)가 거친 플레이 끝에 얼굴을 맞댔다. 선수들은 슛을 놓치거나 패스가 잘못되면 격하게 팔을 휘두르며 아쉬워했다. 과르디올라와 시메오네는 친선 경기답지 않게 소리를 지르면서 온몸으로 지시했다.

6만4000명여 관중은 어느덧 비가 멎은지도 모른 채 세계 최고 선수들이 전력으로 맞붙는 모습을 지켜봤다. 주고받던 공방 속에 승리의 여신은 AT마드리드의 손을 들어줬다. 후반 21분 AT마드리드의 멤피스 데파이(29·네덜란드)가 왼쪽 페널티 아크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를 지나 골대 안쪽으로 꽂혔다. 그로부터 8분 뒤엔 야니크 카라스코(30·벨기에)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단독 드리블로 치고 나간 뒤 페널티 박스 밖에서 골대 왼쪽에 공을 꽂아 넣었다. 맨시티의 후벵 디아스(26·포르투갈)가 후반 40분 만회골을 터트렸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온 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경기는 AT마드리드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덥고 습한 날씨에 관중들은 우비를 입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지만, 짜증 대신 경탄과 함성소리만이 들렸다. 한국 팬들은 비틀스의 ‘헤이, 주드(Hey, Jude)’를 함께 불렀다. ‘헤이, 주드’는 맨시티가 두 번째로 잉글랜드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1968년에 발매됐다. 그래서 맨시티 현지 팬들은 헤이 주드를 응원가로 자주 활용하곤 하는데, 한국 팬들도 따라 하며 유럽의 응원 문화를 즐긴 것이다.

이날 내내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홀란은 경기를 마치고 사방을 향해 손을 흔들더니, 관중석에 유니폼 상의를 던져주는 팬서비스를 펼쳤다. 한국 팬들은 홀란의 이름을 연신 외치며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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