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만 만나 中견제 논의… “文땐 생각 못했던 일”
미국 백악관이 28일(현지 시각) “다음 달 18일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회의를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결속을 다지는 가운데, 3국 정상이 따로 만나는 것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 한·미·일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넘어 대만 문제와 탈(脫)중국을 위한 공급망 구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분명한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선임국방애널리스트는 한·미·일 정상이 국제 회의 계기가 아니라 별도로 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인) 2년 전에는 말 그대로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정상 회담의 주요 의제와 관련, “역내 및 글로벌 안보 도전에 대처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촉진하는 한편 경제 번영을 강화하기 위한 3국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역내·글로벌 안보 도전’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 촉진’은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또 “아세안(ASEAN)과 태평양 도서국에서의 3국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 했는데 모두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급 외교 행사를 개최하며 한일을 특별 배려했는데, 그만큼 중국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선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 표현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이 언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최근 발간한 방위 백서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해친다”고 적시할 정도로 대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국 외교 당국이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항행(航行)의 자유를 수호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안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문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동남아 여러 국가와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데 불법적 해양 권익 주장, 매립 지역 군사화에 대한 ‘현상 변경 시도 반대’도 언급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이 언급한 ‘경제 번영 강화’ 역시 탈중국 공급망 구축과 이를 위한 자유·민주 국가들 간 연대를 가리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 희귀 금속인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는 맞불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3국 정상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핵 폭주를 하고 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거부권을 휘두르며 가장 기본적인 규탄 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4월 한미 회담 때 ‘정권의 종말’이란 표현을 사용해 가며 북한을 비판했는데, 이번에도 3국 정상이 강력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분명한 경고장을 날릴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지난 29일 제주 남방해역에서 연합 대잠전 훈련도 전격 실시했다. 제주기지로 입항한 미 해군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공격잠수함 애나폴리스가 한국을 떠나는 길에 우리 해군 이지스함 등과 훈련한 것이다. 핵어뢰 ‘해일’이나 잠수함을 이용해 한미를 기습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해온 북한을 겨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은 또 이번 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도 공언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미국의 동맹이자 자유·민주 진영의 주요 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러시아 국방 장관의 방북으로 힘이 실린 북·러 간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3국 정상이 어느 정도 수위로 비판할지 관심거리다.
한국은 쿼드·오커스·파이브 아이스 등 미국의 주요 동맹 중 안보 협의체에 가입해 있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정상, 장차관 등 각급에서 100차례 이상 협의가 진행된 한·미·일 협력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제도화의 완성 단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캠프 데이비드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서북쪽으로 100㎞쯤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탁틴산 자락에 있는 미 대통령 전용 휴양 시설이다. 1943년 노르망디 상륙 구상, 1959년 미소 정상회담, 1978년 중동 평화협정 중재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외교적 결정이 이곳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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