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법 개정 시한 못 지켜 ‘無法천지’ 만드는 한심한 국회

조선일보 2023. 7. 3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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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법사위는 선거법 개정안 심의를 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헌재가 제시한 시한 내에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공직선거법의 현수막·광고물·어깨띠·집회 관련 조항을 국회가 시한 내에 개정하지 못해 내달 1일부터 해당 법 조항이 무효화되고 입법 공백 상태로 들어간다. 아무런 규칙이나 기준이 없어 선거 현수막과 광고물이 난립하고 정치 집회가 넘쳐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여야가 법 개정 의무를 방기하는 바람에 ‘무법(無法) 선거’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헌재는 작년 7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이나 그 밖의 광고물, 문서·도화 등을 게시할 수 없고,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을 제외하고는 어깨띠 등 표시물을 사용해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 ‘선거운동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법 개정을 위해 1년간의 유예 기간을 줬다. 국회가 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모두 무효가 된다.

하지만 국회는 1년을 허송세월하다 지난 17일에야 정치개혁특위에서 올라온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처음 벼락치기로 심의했다. 하지만 집회·모임 관련 규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7일 회의에서도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해 결국 시한을 넘기게 됐다.

당장 10월로 예정된 강서구청장 선거 후보자나 일반 시민 누구나 8월 1일부터 마음대로 선거 현수막과 광고물을 내걸고 인쇄물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어깨띠도 누구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현수막과 광고물이 경쟁적으로 내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정인을 지지하는 정치 집회나 모임도 줄줄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규제하고 관리할 기준이 없으니 선관위도 손쓸 도리가 없다.

국회는 총선 1년 전까지로 돼 있는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이미 넘겼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지, 중대선거구를 도입할지에 대해서도 말만 무성하다. 비례 위성 정당이란 코미디를 낳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손볼지는 논의도 못 했다. 매번 선거가 임박해서야 날림으로 선거법을 고치고 선거구 획정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선거법이 무효가 되도록 방치해 무법천지 선거를 만드는 건 해도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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