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엔니오 모리코네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사진)를 위한 헌사다. <시네마 천국>(1990),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등을 함께 작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연출작으로 엔니오와 작업했던 영화감독과 뮤지션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이 영화는 우리가 오랫동안 엔니오의 영향력 아래 살아왔음을 깨우쳐준다. 소년 토토와 영화기사 알프레도의 정겨운 모습(<시네마 천국>), 원시 부족에 포위되어 오보에를 연주하는 제레미 아이언스(<미션>), 청년 로버트 드니로의 우수에 찬 얼굴(<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뒤로 어김없이 그의 음악이 흐른다.
무엇보다도 엔니오가 초등학교 동창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만든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건맨>(1966), <석양의 무법자>(1969) 속 음악은 강렬하다. 시가를 문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경쾌한 휘파람 소리와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다. 코요테의 울음소리를 차용, “아이야이야”로 들리는 오카리나 연주도 인상적이다. 그는 채찍 소리, 말발굽 소리, 기차가 정차하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엔니오의 음악 덕분에 내 캐릭터의 서사가 부각됐다”고 얘기한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절반은 엔니오가 완성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도 있다. 스탠리 큐브릭이 명작으로 남은 <시계태엽 오렌지>(1971)의 음악을 모리코네에게 맡기려 했지만, 레오네의 훼방으로 불발됐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엔니오 모리코네는 영상의 완성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낸 천재였다. 영화음악가인 한스 치머는 말한다. “엔니오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라고.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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