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5년 전 무산된 ‘교육분쟁조정위원회’ 이번엔 만들자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들의 교육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교원들은 학생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에 대해서 아동학대 적용을 면제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학부모들은 어린 학생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교원의 아동학대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아동학대 논쟁은 ‘학부모의 무분별한 신고’로 인해 교원이 오랜 시간 동안 조사와 수사를 받고, 극히 일부이긴 해도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서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중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아주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그 이전에 종결된다. 문제는 그 형사사법절차 과정에서 교원들이 접하게 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여당과 야당이 각각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교원단체는 환영했고, 학부모단체와 청소년 관련 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률안이 입법이 된다고 하더라도 교원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오래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으로서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나 방법이 적절하며, 생활지도 대상에게 큰 피해가 없고, 다른 수단이 없으며, 그 긴급성이 인정된다면 면책된다는 판례를 성립해놓고 있다.(대법원 2000년 4월25일. 선고 98도2389 판결) 그래서 신고되는 많은 사건 중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비율이 극히 적은 것이다. 문제는 학부모의 신고로부터 시작해서 경찰, 검찰, 법원에 이르는 과정이다. 저 법률안은 이 고통스러운 절차를 거친 후에 법원에서야 효력을 갖는다.
아동학대에 대한 형사사법절차는 교원에게 벌금이나 징역이라는 형사처벌을 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학부모가 학교장에게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하는 목적은 교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아니라 교사의 지도행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조정이나 중재가 가능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동복지법 등에 의하면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신고를 하면 즉시 조사와 수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신고가 수사로 이어지는 이 절차를 끊어서 교육계 안에서 상담하고 설명하고 조정함으로써 중재가 가능한 중간과정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 교원의 생활지도와 학부모의 항의 모두 ‘우리 아이를 위한’ 행동이다. 따라서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
1998년 당시 교육부는 노동위원회처럼 준사법기구로서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교육계 안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학부모대표, 교원대표 등 교육 당사자들이 모여서 사법절차에 맡기기 전에 조정·중재 등을 할 수 있는 절차를 갖자는 취지였다. 교원노조와 학부모단체가 환영했으나 아쉽게도 당시 교총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해 범죄인을 다루는 검경이 판단하게 하기보다는 교육주체들이 모여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25년 전 고민했던 문제의식은 아직 유효하다. 준사법기구로서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자.
송대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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