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 법정구속
형사소송법엔 없는 용어지만
판사가 수사·공판단계서 결정
비슷한 사건마다 공평성 ‘의문’
‘재판이란 정의로워야 하지만
정의롭게 보이기도 해야 한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가 항소가 기각되면서 법정구속되었다. 언론보도를 보고 어느 법조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판사, 대단하네.” 하지만 보도된 범죄사실의 내용과 판사의 양형 이유 설명을 보면 그런 유형의 사건에서 흔히 보는 것이다. 법정구속은 보통 불구속 피고인에게 1심 또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현장에서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법정구속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형사소송법상 법정구속이라는 용어는 없고 이에 관한 특별한 규정도 없다. 대법원예규인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57조는 "①불구속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신병확보를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②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를 보면 판사가 법정구속을 하는 것은 위의 규정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법정구속의 근거는 법률인 형사소송법에 없다. 대법원예규가 있을 뿐이다’라는 주장도 있으나, 틀린 말이다. 형사소송법상 모든 구속의 결정은 수사단계에서든 공판단계에서든 판사의 권한에 속한다.
한편 법상 모든 구속의 사유는 같다. 즉 주거부정 또는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다. 범죄의 중대성 등은 고려사항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실형 선고 시 법정구속을 하는 이유는 흔히 형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법정구속 사유를 생각해 보면, 형 집행의 확보란 곧 도망을 방지한다는 것인데 그런 도망의 염려는 법원 스스로 실형을 선고한 데 기인하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다소간 자가당착이라는 느낌을 준다.
실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무거운 죄를 범하고서도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 것을 의아하게 볼 수도 있으나, 불구속수사 원칙에 충실하려다 보니 그리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과히 이상할 것은 없다. 최근의 통계가 나와 있는 2021년의 경우 항소심에서 새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3424명인데 그중 불구속상태로 있다가 법정구속된 사람들은 1064명으로서 31%쯤 된다. 2020년의 수치는 29% 정도다. 최씨처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경우의 통계는 없으나, 위 수치로 대강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중 불구속상태로 있다가 법정구속된 사람의 비율은 2021년과 2020년의 경우 24%를 넘는다. 법정구속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아무튼 최씨의 법정구속은 특별할 것도 없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결정하면서 무슨 대단한 결심을 했어야 할 일도 아니다. 최씨는 선고 직후 “하나님 앞에서 약을 먹고 이 자리에서 죽겠다”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하는데, 억울한지 아닌지 구체적 사실관계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일반론으로는 법정구속의 정당성에 관하여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되어 있다.
우선 이것이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한다는 견해가 있다. 법정구속을 하면 불구속재판 원칙을 그 법정구속을 한 심급까지만 지키는 셈이 되어 버린다. 다음으로 법원이 이미 제출된 증거에 따라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여 판결을 선고한 마당에 새삼스럽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일정한 주거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이라면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하여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한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자기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법이다. 더욱이 1심이나 항소심에서 갑자기 구속되면 피고인은 필사적으로 무죄 선고나 가벼운 벌을 받을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법정구속은 피고인의 이런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한편 판사에 따라서는 법정구속을 변칙적으로 운용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할 것을 종용하는 방법으로 1심에서 법정구속을 하는 것이다. 법정구속은 결국 판사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이에 대하여는 구속적부심 절차 등 구속의 당부를 가리는 별도의 통제수단이 없는 점도 지적된다.
법정구속에 관하여 일반 시민들이 갖는 가장 큰 의문은 공평성 이슈에 있을 것이다. 즉 비슷해 보이는 사건에서 왜 누구는 법정에서 구속하면서 누구는 구속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다. 사안에 따라 그리되었겠으나, 한편으로 ‘재판이란 정의로워야 하지만 정의롭게 보이기도 해야 한다’는 법언을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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