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교사 100명 극단선택… 초등교사가 57명

이채완 기자 2023. 7.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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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화난 얼굴, 밤낮없는 폭언, 교장실에 쫓아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던 언행이 환각과 환청이 돼 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21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교사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20대 여교사를 추모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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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교사 3만명 무더위속 추모집회
“팔 잡으면 아동학대 신고… 그냥 맞아
교권 보장-아동학대법 개정” 촉구
서울교대 교수들 ‘교권 회복’ 성명서

“교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화난 얼굴, 밤낮없는 폭언, 교장실에 쫓아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던 언행이 환각과 환청이 돼 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21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경력 20년 차이던 지난해 일방적으로 반 친구를 때리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공포심과 모욕감을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교사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17일에야 모든 민형사 소송이 기각됐다는 A 씨는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적 학대, 호통을 치면 정서적 학대, 세워놓거나 남겨서 훈계하는 것조차도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 “팔 잡으면 아동학대 신고, 그냥 맞는다”

이날 집회에는 체감온도 35도 내외의 무더위에도 22일 보신각 집회(주최 측 추산 5000명)의 6배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이들은 ‘교사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20대 여교사를 추모했다.

집회에 참석한 전남의 9년 차 특수교사 B 씨는 “물리고, 꼬집히고, 긁히고, 찔리는 게 일상인데 팔을 붙들어 제지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 봐 그냥 맞는다”며 “설리번 선생님이 요즘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이미 검찰에 넘어갔을 거고, 헬렌 켈러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의 자유 증언이 이어지면서 일부 참석자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교사는 “현행법 안에선 교사의 소명 기회와 진상조사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도 직위해제를 당할 수 있다”며 “그 탓에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대 교수 102명이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 “6년 동안 초중고 교원 100명 극단 선택”

실제로 학교 현장에선 악성 교권 침해 행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모두 202건으로 2019년(227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욕·명예훼손’의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지난해 37.1%로 줄어든 반면, ‘폭행·상해’ 등 심각한 침해는 같은 기간 3.5%에서 6.9%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이 중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권 수호 확산 챌린지’도 시작됐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권리를 대한민국 ○○○이 존중합니다”라고 적힌 손글씨 인증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방식인데 사범대 진학을 꿈꾸는 고교 3학년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900여 명이 동참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조모 양(18)은 “학생과 교사 모두 존중되는 교실이어야 학생들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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