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72] 좋은 아빠
할리우드의 배우 윌 스미스만큼 커리어의 정점에서 세기적 파문을 일으킨 경우가 또 있을까? 그는 2002년 영화 ‘맨 인 블랙 II’부터 2008년 ‘핸콕’까지 여덟 편 연속 북미 흥행 1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을 갖고 있는 톱스타였다. 2022년엔 ‘킹 리처드’로 골든글러브와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와 미국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 정점 중 정점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기 아내를 조롱한 진행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가격하는 돌발 행동을 보여 10년간 오스카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징계를 받았다.
그는 배우이기 전에 래퍼였다. 이미 1989년에 베스트 랩 퍼포먼스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받았고 이후로도 세 번 더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다른 과격한 래퍼들과는 달리 자기 아이들이 나중에 들을 수 있도록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는 방침을 고수해 백인 래퍼 에미넘에게 조롱받기도 했지만 그의 신념은 굳건했다.
이 노래의 오리지널은 색소폰 주자 글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1981년 앨범에 담긴 것으로, R&B 보컬리스트 빌 위더스와 함께 만들어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세계적 사랑을 받은 따뜻하고 세련된 연인의 노래다. 그러나 래퍼 윌 스미스는 이 노래의 오리지널 가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랩을 추가해 이 명곡을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담은 노래로 마술처럼 둔갑시킨다.
‘라테 파파(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스웨덴의 올레 토렐 국회의원은 3선이던 2018년 육아휴직을 9개월간 썼다.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부모 육아휴직제를 채택한 것이 1974년이지만 남성이 휴직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남성 육아휴직은 권고가 아니라 의무로 바뀌었다. 스웨덴의 출산율이 우리보다 거의 두 배 높은 이유다.
“It’s a full-time job to be a good dad(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풀타임 직업이야).” 윌 스미스의 자전적인 랩은 이 한 문장으로 집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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