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낯선 곳에서 자신을 보기 ‘백령도 탐방’
낯선 곳을 여행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것을 새로이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우리는 고운 모래로 다져진 사곶해변을 비행기가 착륙하듯 사뿐히 걸었고, 콩돌 해안을 다듬었던 숱한 파도와 바람을 맨발로 느꼈다. 하늬해변을 거닐며, 마그마가 맨틀과 지각을 뚫어 만든 ‘현무암에 포획된 원시 지구의 황록색 감람암 파편’을 봤다. 진촌리 현무암에서 지하 맨틀에서 올라온 원시 지구를 봤듯, 우린 어쩌면 낯선 곳에서 자신의 분신을 본다.
백령도의 국가 자연유산인 국가 지질공원과 문화유산을 알리는 프로젝트(태고의 지구, 백령도에서 우주를 보다)에 참여했다.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백령도의 자연·문화유산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며, 섬을 모티브로 도안한 관광상품(에코백, 손수건 지도, 드로잉북)도 결과물로 내놓았다. 탐사대원들은 명승 두무진의 기암괴석 사이를 오르내렸고, 주민과 함께 예술의 향기를 맡으려 마을 풍광들을 도화지에 그려 봤고, 별 내리는 심청각 아래에선 파도 소리와 함께 색소폰을 불고 시를 낭송했다.
관광상품으로서의 백령도와 주민 생활공간으로서의 백령도. 고립된 섬으로서의 백령도와 육지 관광객에게 열린 백령도. 풍랑과 안개에 따라 섬과 육지는 단번에 폐쇄도, 연결도 된다. 우린 어느 날은 주관적인 개인 심사에 갇혔다가 언제 흐렸냐며 활짝 갠 날씨처럼 문득 이웃에게 열린다. 사전답사와 학생 대상 국가유산 교육에도 아랑곳없이, 수십 명 탐사대원의 발이 해무로 출항 직전 묶이기도 했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 한, 섬은 우리에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작년 말, 국토부는 백령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다.
백령도는 평화로운 섬이지만 남북이 대치하는 최북단의 섬이기도 해 국가의 지원도 풍부하다. 우린 학생들에게 섬이 지닌 천혜의 보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주려 했고, 도시를 꿈꾸는 아이들과 문화에 대한 갈증을 달래며 앞날을 그려보기도 했다.
땅을 지키는 건 주민이고, 땅이 빛나는 보배임을 다시 보는 건 여행객이다. 새롭게 바라보는 자연이 관광객의 삶을 생경하게 만들어 주듯, 매일 전망대에서 바다를 똑같이 바라보더라도 찰랑거리는 파도의 운율을 새삼 느낀다면 주민의 삶도 늘 새로워질 것이다.
뱃고동 소리가 아련히 사라질 즈음, 섬에 있던 우리는 어느새 뭍에 닿을 것이다. 우린 섬과 육지를 오가며 항상 흙에 산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은, 지구 속 용암이 분출해 원시 지구를 들춰내듯 꿈과 현실을 오가며 자신을 다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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