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품위 있는 노후의 주거시설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름답게 산다는 것이고, 나이 들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늙어서도 가능한 한 자기 손, 자기 힘으로 삶을 꾸려가는 게 중요하고 사회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노인복지요 사회복지다. 그 인프라에는 의료와 건강, 주거, 소득, 어울림, 봉사 등 여러 가지가 있겠고 사람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를 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후생활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래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러질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만 대곤 했다.
그러다 생각해 보니 노후에 품위를 잃지 않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침맞은 주거시설이 중요하겠다 싶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으로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사는 게 가장 좋기는 하다. 노인에게 맞게 주거를 개조하는 일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사는 곳이 고향인 경우나 그곳에서 몇십년을 산 경우는 드물기에 자식들 떠나고 나면 아무래도 살던 주거시설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흔히 ‘실버타운’이라는 노인복지주택은 어떨까?
한때 실버타운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전원형 노인 주택 바람도 있었고 나도 잠깐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다른 전원주택 바람과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비도시지역의 노인들마저 도시로 옮기고 싶어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건강 문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복지 주거시설은 1988년 설립된 수원의 유당마을로 유료 양로시설이다. 1993년부터는 민간기업과 개인도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을 개발할 수 있게 됐고 1997년부터 민간기업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사업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노인복지주택인 서울시니어스타워와 리조트형 고창 웰파크시티도 오픈했다. 주거와 여가 그리고 교육 서비스까지 갖췄는데 무엇보다 병원재단이 주체여서 건강과 관련한 의료 서비스 부분에 강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VL 르웨스트, 서울형 골드빌리지에 이어 경기도형 시니어스 모델 발굴 계획들이 나오면서 노인 주거시설의 다양화가 기대된다.
그런데 초고령사회 도달에도 생각보다 노인복지 주택 시장은 활발해지지 않았다. 전국의 노인복지 주택은 약 40개소에 1만가구 정도다. 지난해 기준 실버타운 입주가 가능한 전국의 만 60세 이상 인구가 약 1천348만명이니 수용률이 0.1%도 안 되는 실정이다. 시장이 계획처럼 알아서 돌아갈 때 정부는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시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책임져야 할 주체는 국가다. 따라서 시장이 돌아갈 정도의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적 길은 닦아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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