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던 北무기, 우크라측서 압수” … 韓정부 “개연성 충분”
우크라 사용 로켓탄에 ‘방-122’ 한글… 연평도 포격때 쓴 방사포탄과 동일
北, ‘러에 무기지원’ 부인해왔지만
철로 아닌 대량운송중 발각된 듯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북한제 무기는 122mm 다연장 로켓탄이다.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이 로켓탄을 사용했다. F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적 국가’가 러시아군 손에 건너가기 전 이 북한제 탄을 압수해 우크라이나군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 러 지원 北 무기는 연평도 포격 때 쓴 방사포탄
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 일대. 우크라이나군은 ‘방-122’ 등 한글이 찍힌 로켓탄을 정비하며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켓탄에는 러시아어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옮긴 북한식 외래어 표기법도 등장한다. 이는 FT가 이번에 사진과 함께 공개한 내용이다.
‘방’은 다연장 로켓의 북한식 명칭인 ‘방사포’를 뜻한다. 122mm 탄은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 타격을 위해 최전방 부대 등에 배치한 방사포용이다. 이 로켓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사용 중인 옛 소련제 다연장 로켓포 그라드(BM-21)에 탑재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된다. 과거 북한은 옛 소련 등에서 그라드 다연장 로켓포와 탄을 들여오면서 이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포와 탄 등을 자체 제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돼 122mm 탄이 빠르게 소진되자 북한에 이 무기를 여러 차례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이 로켓탄 대부분이 30∼40년이 넘은 만큼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 애물단지 탄을 대거 러시아로 보내면서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포병대 지휘관 루슬란은 “북한산 무기는 대부분 1980년대와 1990년대 제조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며 “불발률이 높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노후화된 탄을 러시아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 새로운 운송방식 시도하다 발각 가능성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이 제기되면 일관적으로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미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한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이 철도를 통해 북한과 무기를 거래했다며 위성사진 등을 공개했을 때도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엔 로켓탄에 인쇄된 북한어까지 그대로 공개돼 북한이 더이상 무기 지원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29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절박하게 무기를 찾고 있다”며 “북한에서, 이란에서 (이런 행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에 대해선 “무기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러시아가 고위급인 국방장관을 보낸 것이나 외교장관이 아닌 국방장관을 보냈다는 사실 등을 보면 군사적 목적의 방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이미 시리아에 122mm 로켓탄을 공급했고 이란이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 등에도 무기를 공급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로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했다.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은 주로 북-러를 잇는 철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엔 대량 운송을 위해 ‘제3의 운송’ 방법을 시도하다 우크라이나 우방국 병력에 검문검색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단장은 “철로를 이용하면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데 속도가 느린 데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까지 너무 멀고 운송량이 적은 단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러가 대량으로 더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한 밀거래 방법을 택했다가 이번에 미국 등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에 발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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