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주춤… 하이브리드가 다시 떠오른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미국 ‘빅3′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포드의 짐 팔리 CEO(최고경영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앞으로 더 많은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포드는 2026년까지 연 200만대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한 업체였다. 그런 포드가 전기차로 향하는 과정에 ‘브리지’ 역할을 할 하이브리드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선 포드의 전기차 속도 조절로 해석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막상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고 충전도 불편한 반면, 하이브리드는 이런 단점이 적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업체들 입장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드는 비용과 수익성 문제, 격해지는 판매 경쟁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전기차 판매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어, 전기차의 완전 대중화 전까지 하이브리드 판매가 당분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브리드차의 재발견이다.
◇하이브리드 강자들 역대급 실적
자동차 업계에선 빠른 전기차 전환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포드의 경우 올 2분기에만 전기차 부문에서 45억달러(5조7500억원) 손실을 봤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도 지난달 말 전기차를 생산하는 독일 엠덴 공장 정규직 직원 300명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생산량도 일부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수요가 회사 예측보다 30% 안팎 줄어든 데 따른 조치였다.
반면 도요타,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차를 바탕으로 상반기 좋은 실적을 냈다. 도요타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늦게 출시하면서 수년간 ‘전기차 열등생’으로 조롱당했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올해까지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에 올랐다. 전기차는 늦었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가 잘 팔린 덕이다. 2021년 상반기 130만5912대였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올 상반기 166만1774대로 2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26%에서 34%로 높아졌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14조원 넘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지난해보다 43% 늘어난 34만6765대를 판매한 덕이다. 특히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69% 급증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등도 여전히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해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모터가 보조 역할을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를 주력 모델로 선보이고 있다.
◇전기차는 저가 경쟁 돌입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차 시장에서는 당분간 서로 차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 탓에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자 차값을 깎아 판매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수익도 크지 않지만, 초기 시장 점유율을 잃으면 만회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순수 전기차만 파는 테슬라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만 34만3000대를 팔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한 가격 인하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률(9.6%)이 2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저가 전기차 개발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이 2~3년 내에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안팎의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하반기 3만달러(약 3900만원)가량의 이쿼녹스 EV를 내놓을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전기차를 할인 판매하면 손해가 쌓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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