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
짐승 새끼들에게 놀이는 매우 중요하다. 공격하고 방어하는 모든 동작이 놀이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새끼들은 서로 놀면서 자연스레 생존 기술을 익힌다. 사람의 놀이는 동물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인간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야기’라는 생각 놀이가 꼭 필요하다. 예전에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 아이들은 수많은 동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야기와 마주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용이 대개 비슷하다. “착한 사람과 나쁜 놈이 있다. 착한 사람은 정이 많고 배려심도 깊다. 반면, 나쁜 놈은 이기적이며 힘이 세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착한 이들은 그들 탓에 숱한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힘을 합쳐 나쁜 자를 몰아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매우 익숙한 이야기 구조다. 왜 이런 스토리가 널리 자리 잡았을까?
과학적 인문학 운동을 펼치는 조너선 갓셜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 무리가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지내려면 남들을 먼저 챙기며 희생을 무릅쓰는 이가 많아야 한다. 옛이야기 속에서는 착하고 이타적인 주인공이 결국은 승리를 거머쥔다. 이런 결말을 들으며 사람들은 자기도 선하게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나아가 우리는 모두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여서 단단하게 힘을 합친 사람들의 후손이다.” 한마디로 사람의 DNA에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란 교훈이 새겨져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악하고 이기적인 쪽이 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뉴스에서도 이런 자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세상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러니 내 것부터 챙겨라. 순진한 자들이나 도덕 따위에 신경 쓰곤 한다.” 아이들이 이런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게 된다면 사회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6·25 전사자 일곱 분의 유해가 73년 만에 귀국했다. 진정 의로운 죽음을 맞으신 분들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려면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치신 영웅들이 존경과 대접을 받는다는 서사(敍事)가 굳건하게 서야 한다. 일곱 분께 깊은 감사를 보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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