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어도 폼 바꾸지 마” LG 코치·선배의 진심…영웅들 22세 유망주는 평생 간직한다[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나 없더라도 폼 바꾸지 마라.”
키움 멀티 유망주 이주형(22)은 30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솔직히 내가 트레이드 될지 몰랐다”라고 했다. 트레이드가 처음인 대부분 선수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한다. LG에서 언젠가 주전이 될 날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려왔는데 하루아침에 키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게 프로다.
사실 이주형에겐 좋은 일이다. LG 타선의 위력과 짜임새는 10개 구단에서 가장 좋다. 올 시즌 1군에서 단 18경기밖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업계에선 특급 유망주라고 하지만, 결국 선수는 경기에 나가야 선수로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홍원기 감독은 “장점만 보였다”라고 했다. 기대대로 컨택 능력, 일발장타력, 평균 이상의 주력을 고루 갖춘 선수다. 키움은 외야가 빈약하다. 고척스카이돔은 이주형에게 기회의 땅이다. 내야수 출신이지만, 외야도 가능한 이주형은 외야수로 승부를 걸었다.
이주형은 29~30일 삼성전서 8타수 2안타 타율 0.250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아주 인상적인 기록은 아니었지만, 무난한 연착륙이었다. 당분간 꾸준히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키움 외야의 확실한 주전은 외국인타자 로니 도슨과 이형종 뿐이다. 한 자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아직 키움에서의 생활이 어색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주형은 29일 오전 트레이드 통보를 받고 잠실에서 주섬주섬 짐을 쌌다. 이때 주전 유격수 오지환으로부터 들은 격려를 잊을 수 없다. 트레이드 되기 전날에 이호준 타격코치에게 들은 얘기 역시 평생 가슴 한 켠에 저장할 수 있다.
우선 이호준 코치는 이주형에게 “내가 없더라도 폼을 바꾸지 마라”고 했다. 3년차를 맞은 이주형이 올 시즌을 준비하며 이호준 코치와 특별히 뭔가를 준비한 건 없다. 올해 LG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를 취재한 기자도 그런 정황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코치는 이주형의 매커닉이 좋다며 틈만 나면 격려를 했다. 이주형은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이호준 코치님이 왜 그 얘기를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트레이드 될 걸 미리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 코치가 이주형에게 건넨 격려는, 소속을 떠나 야구 선배가 후배를 아끼는 진심에서 비롯됐다. 이주형이 앞으로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현재의 타격 매커닉이 좋으니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이주형은 용기를 얻고 키움으로 옮겼다.
오지환은 이주형에게 “속상하지 마라. 너에겐 더 좋은 기회다. 나는 한 팀에서만 계속 뛰어서 너랑 (김)동규의 감정을 잘 모르지만, 이건 위로가 아니라 축하해줄 일”이라고 했다. 트레이드 되고 첫 경기를 정신없이 뛴 이주형은 “경기 후 트레이드 됐다는 사실이 더욱 와 닿았다”라고 했다. 물론 대선배 오지환의 격려 역시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지환은 떠나는 이주형에게 배트, 장갑 등 각종 장비를 푸짐하게 선물해줬다. 그리고 김혜성(키움)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주형이 잘 부탁한다”라고 했다. FA지만 팀을 옮겨 본 박해민 역시 김혜성에게 부탁했다는 게 이주형의 얘기다.
이주형 야구인생에 2023년 7월29일은 잊지 못할 날이다. 코치, 선배들의 격려는 이주형의 성장에 피와 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주형은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친정 LG를 향해 배트를 들고 비수 꽂기에 나선다. 고마움은 고마움이고, 야구는 야구다. 이주형이 그동안 배웠던 야구를 LG를 향해 제대로 보여줄 기회다.
[이주형. 사진 = 고척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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