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스승이 존경받는 사회

가정에서 스승을 존경하도록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공경하도록 가르치는 것
우리 사회의 전통적 교육관

엄기호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

어느 초등학생 소녀가 학교에 가다가 길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발견하고는 담임 선생님께 꽃 이름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선생님도 처음 보는 꽃이라 대답하지 못하고 내일 알려준다고 했더니 학생은 모든 걸 다 아시는 선생님도 모르는 꽃이 있다며 식물학을 전공하는 아빠에게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식물학 박사인 아버지는 그 꽃의 이름을 알면서도 아빠도 모르니 내일 선생님께서 자세히 알려주실 거라고 이야기했다.

다음 날 학교에 온 소녀를 담임 선생님이 불러 그 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소녀는 식물학을 전공하는 아빠도 모르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알려준 선생님이 역시 대단하다고 감탄했는데, 사실은 소녀의 아빠가 선생님에게 전화해 그 꽃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던 것이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은 백년을 위한 서로의 약속이다. 백년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가 연계되고 조화를 이루어 가정에서는 스승을 존경하도록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공경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전통적 교육관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떠한가? 우리 교육 현장에는 지난 수십년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러나 이제는 나와 내 자식이 살아남아야 할 전쟁터에서 조금이라도 방해되거나 불이익이 될 거 같으면 선생님마저 적이 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교육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50여년 만에 글로벌 탑10 국가로 진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이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되어 온 기반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한 발전과 공존이라면 이러한 가치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한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시달린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 문턱으로 끌어올린 기적의 마술을 보여준 교육의 뒷면에 얼마나 많은 현장의 희생이 있었는지 돌이켜 봐야 할 때다. 교육에 대한 기대와 노력이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와 관계자들만의 희생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이 우리 미래를 결정할 열쇠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이제는 현장에서의 노력과 부담을 우리 사회와 나라가 함께 나눠 짊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학교 일선에서 묵묵히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내며 스승이 존경받는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이 지면을 빌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