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⑪] 자금난 제넨바이오, 동전주 탈출·상폐 피할 방법은?
28일 634원 장 마감…장 초반 568원까지 '풀썩'
동전주란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현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0여 개의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개 이상이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띈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종장기 이식 전문기업 제넨바이오의 주가가 600원 초반 대까지 하락했다. 한 때 4만 원대를 호가한 옛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동전주'라는 낙인이 깊이 각인돼 있는 데다 상장폐지 가능성마저 제기될 정도로 위신이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제넨바이오는 전 거래일(630원) 대비 0.63%(4원) 오른 634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626원으로 문을 연 제넨바이오는 장 초반 580원까지 떨어졌으나 낙폭을 줄이다 소폭 반등하면서 장을 마무리 지었다.
제넨바이오는 2004년 1월 코스닥에 상장해 근 10년 만인 2013년에 4만 원대를 호가한 종목이다. 지난 2013년 9월 27일 4만1365원을 기록했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말까지는 2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올해 4월 들어 동전주로 전락했다. 지난달 2일에는 568원까지도 추락했다. 주가 하락률은 98.63%에 이른다.
1995년 설립된 산업용 인쇄기판과 명판 제조업을 하는 태양인쇄기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제넨바이오는 2016년 말 공감이앤티 인수 이후 폐기물처리업에 진출했다. 2018년 에이피알랩 인수 후 이종이식제품 개발·제조업에 발을 들여놓고 사명을 현재의 제넨바이오로 변경했다. 2019년 정기업종심사 결과에 따라 회사의 주업종이 폐기물처리업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말 폐기물처리업을 정리하고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유통하는 바이오유통업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만성 장기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이종장기 개발, 신약개발, 이식전문 병원 설립이 바이오제넨의 전문 분야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단국대 나노바이오학과 영남대 생명공학과 등 수많은 대학과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외형과 달리 제넨바이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실적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올해 1분기 매출 26억2000만 원, 영업손실 39억4000만 원, 순손실 26억3000만 원을 기록했다. 2004년 무역의 날 '이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적이었다.
실적난 속에 제넨바이오는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산도 팔아치우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지난 2019년 160억 원 규모의 대구 달서구 의 토지·건물을 매각했다. 이어 지난 2020년 12월에는 한약제제 전문기업 자회사인 제넨헬스케어(전 한국인스팜)의 지분 52%를 넘기는 양수도 계약도 체결했다. 2021년 3월 매각 대금을 수령해 회사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런데 매각대금 유입 효과는 미미했고 오래가지 못했다. 제넨바이오는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공시에 따르면 사채권자는 지난 4월 21일 조기상환 청구를 했으나 제넨바이오는 지급하지 못했다. 해당 전환사채(CB)는 지난 2022년 9월 발행된 제19회차 CB였다.
자금난에 시달린 제넨바이오는 추가로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31일 총 150억 원 규모의 제20회차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주식 총수 대비 19.89%에 이르는 수준이다. 표면 이자율은 0%, 만기 이자율은 7%다.
제넨바이오는 투자 의향과 납입 능력 등을 고려해 장외 컨설팅업체이자 최대주주인 제이와이씨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제이와이씨는 지난 4월 제넨바이오가 결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9.54%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 주금을 납입하면 제이와이씨의 지분율은 46.34%로 상승해 지배력이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자금을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에 사용할 계획이어서 회사가 직면한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럼에도 제넨바이오가 당면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 '한정' 의견을 받았다. 한정 의견은 감사인이 수행할 수 있는 감사범위가 부분적으로 제한된 경우나 감사 결과 기업회계 준칙에 따르지 않은 몇 가지 사항이 있지만 해당 사항이 재무제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에 제시하는 의견이다.
제넨바이오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한정 의견을 낸 이유는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재무현황과 경영성과를 고려할 때, 회사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재무개선 계획 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장에서 제넨바이오의 상장폐지(상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현재 제넨바이오가 상폐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반기보고서 작성 전에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에 대한 사유해소 확인서를 받는 방법뿐이다. 이후 한국거래소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상폐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다.
최근 제넨바이오가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회사 일으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김성주 대표이사는 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로 직책을 변경하고 바이오사업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는 방침까지 내세웠다.
김성주 사장은 당시 "바이오사업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지금부터는 연구개발에 집중하고자 한다"면서 "이종이식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해 나갈 예정이며, 그간 대표이사 경험을 살려 회사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경영인이 된 신한진 대표는 "이종장기이식 분야 최고 수준의 인재들로 구성된 제넨바이오의 대표로 취임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김성주 사장이 연구하는 이종이식 R&D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넨바이오가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최대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제이와이씨는 오는 8월31일 제20회차 CB 150억 원도 납입할 예정이다. 총 460억 원을 투자해 제넨바이오를 인수하는 셈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제넨바이오가 동전주에서 탈출하고 상폐 풍문을 완전히 떨처버릴 수 있을지를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폐 가능성 등 질의를 위해 <더팩트> 취재진은 제넨바이오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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