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AI시대⑦] "신약개발 기본 10년? AI가 단축한다"

문수연 2023. 7.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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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AI 신약개발 시장 매년 평균 45.7% 성장
보건복지부는 올해 '디지털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 발표

정부가 제시한 '인공지능 초격차 확보전략'을 기반으로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보건의료 디지털 대전환을 이끄는 AI 신약개발 가속화 정책,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사업, AI·데이터 전문인력 양성사업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정용무 기자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문수연 기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국가 간 의료산업의 AI 기술 경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AI를 국가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고 국가차원의 마스터플랜과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바야흐로 의료·제약·바이오·기기 산업의 결합을 중심으로 한 AI 헬스케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AI를 통한 신약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AI 신약개발은 신약의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질환 맞춤형약물 개발을 가속화해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혁신적인 신약개발 기술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인공지능 초격차 확보전략'을 기반으로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보건의료 디지털 대전환을 이끄는 AI 신약개발 가속화 정책,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사업, AI·데이터 전문인력 양성사업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AI 도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 AI 뉴노멀 시대…국내 제약·바이오 AI 발전 전략 현주소는?

마켓스앤드마켓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AI 신약개발 시장은 해마다 평균 45.7%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40억350만 달러(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AI 신약개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6000억 원 규모다.

유럽연합(EU)은 민관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연합학습 플랫폼을 이용한 신약개발 모델을 제시했고, 우리나라 정부는 한국형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MELLODDY)를 국가사업으로 추진,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제약기업들이 활용토록 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제약 업계는 AI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를 위해 정부의 육성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산학연 협업을 바탕으로 AI 신약개발 기술 로드맵 수립, 데이터 활용 활성화, 융합인재 양성, 공동연구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9년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후보물질 디자인, 뇌질환선도물질 탐색, 항암신약 후보물질 개발, 신약후보물질 도출, 항암표적약물 재창출, 면역항암제 부작용 예측 등 6개 분야)에 3년간 258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2년에는 후보물질을 도출해 임상시험 신청 단계까지 끌고가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디지털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고, 11만 명의 핵심인재 육성에 나섰으며, AI 신약개발 분야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AI 신약개발 교육과 홍보 사업(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수행)'과 '인공지능 등 첨단·융복합 특화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또한 국가전략자산으로 AI 신약개발과 정밀의료에 적극 활용될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이 범부처 사업으로 오는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이를 통해 100만 명 규모의 임상정보, 유전체 데이터, 공공데이터, 개인보유건강정보를 통합 구축해 개방할 계획이다.

AI 신약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980만 달러(약 8000억 원)로 매년 45.7%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AI 신약개발 동향은?

마켓스앤드마켓스리서치에 따르면 AI 신약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980만 달러(약 8000억 원)로 매년 45.7%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40억350만 달러(약 5조 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사이에 5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북미지역이 연평균 48.4%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유럽시장은 45%, 아시아 태평양시장은 42.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I 신약개발 시장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2022년 기준 국내 AI 신약개발기업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약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AI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전담부서 설치, 자체 AI 플랫폼 구축, AI 기업과의 협업 연구와 지분 투자를 통해 신약개발에 AI를 도입·활용하고 있으며 52개 기업에서 총 88건의 협업을 수행 중이다.

15개 AI 신약개발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개발 71건, 전임상 26건, 임상 7건 등 총 104건이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가 공개한 2022~2023년 주요 AI 신약개발 협업연구 현황에 따르면, GC녹십자, 대웅제약, 경동제약, 동화약품, 삼진제약, SK케미칼,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보령, HK이노엔이 AI 신약개발사와 협력하고 있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가 공개한 2022~2023년 주요 AI 신약개발 협업연구 현황에 따르면 HK이노엔, 보령 등 국내 기업이 AI 신약개발사와 협력하고 있다. 사진은 HK이노엔 곽달원 대표(왼쪽)와 보령 장두현 대표. /HK이노엔, 보령

바이오헬스기업 HK이노엔(대표 곽달원)은 지난 4월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에이인비와 업무협약을 맺고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항원 발굴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HK이노엔은 에이인비가 보유한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적용할 새로운 항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항원 디자인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AI 기술을 통해 발굴한 항체 후보 물질을 통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키메라 항원 수용체-자연살상세포(CAR-NK) 등 세포유전자치료제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HK이노엔 바이오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원성용 상무는 "에이인비의 AI를 활용함으로써 경쟁력 높은 신약 후보물질과 신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약 전문업체 보령(대표 장두현)은 지난 2월 AI 신약 개발 기업인 온코크로스와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은 온코크로스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랩터 AI’(RAPTOR AI)로 카나브를 활용할 수 있는 질병을 발굴할 예정이다. 랩터 AI는 약물에 맞는 적응증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나 이미 승인된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탐색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장두현 보령 대표는 "온코크로스의 AI 기술로 카나브의 신규 적응증을 발굴하는 데 속도를 내게 됐다"며 "온코크로스와 긴밀히 협력해 카나브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의료진과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의학전문의가 '루닛 인사이트 CXR'을 사용해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하고 있다. /루닛

◆ 의료영상 분석·판독 AI 기업, 코스닥 상장하며 사업 확장

AI 신약개발 외에도 의료 AI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루닛·뷰노·제이엘케이는 코스닥 상장 후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루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공학도 6명이 만든 회사로 딥러닝을 활용해 암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대표 제품으로는 암진단 영상판독 보조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단백질 특성을 알려주는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스코프'가 있다.

루닛 인사이트 도입 기관은 지난 3월 2000개를 돌파했으며, 루닛 인사이트가 루닛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9%다. 2019년 2억 원이었던 루닛의 매출액은 2020년 14억 원, 2021년 66억 원, 지난해 139억 원으로 늘었다.

뷰노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AI 연구를 하던 연구원들이 창업한 회사로, 딥러닝을 활용해 폐 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흉부·안저영상 판독, 폐결절 판독, 소아 골연령 진단보조,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판독하고 진단을 보조하는 제품을 갖추고 있으며, 심정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 '뷰노메드 딥카스'가 대표 제품이다. 지난 6월 국내 의료AI 업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았다.

제이엘케이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영상 진단 플랫폼업체로 엑스레이, MRI, CT, 내시경 등 8종 의료 영상 분석에서 축적한 AI 원천 알고리즘 기술을 갖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뇌경색 진단 솔루션 JBS-01K가 혁신의료기기에 지정되기도 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이 지난해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팩트 창립20주년 기념 혁신포럼 '혁신이 답이다'에 참석해 바이오산업 혁신 발표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 AI 신약개발 가속화 위한 방안은?

제약바이오협회는 AI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육성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산학연 협업을 바탕으로 △AI 신약개발 기술 로드맵 수립 △데이터 활용 활성화 △융합인재 양성 △공동연구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협회는 "AI 신약개발 연구에서 정부가 수집·가공·공개하는 데이터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가명처리 또는 익명처리 한 후 활용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넓혀 신약개발 연구자의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회는 또 "컨소시엄 형태의 AI 신약개발 프로젝트는 글로벌 시장의 트랜드로 자리매김함했다. 미국 NIH의 ATOM프로젝트, EU의 MELLODDY 프로젝트, 일본의 LINC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산학연협력을 통해 AI 신약개발 가속화 사업(K-MELLODDY)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컨소시엄 형태의 대형 AI 신약개발 R&D 사업은 대학, 연구소,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R&D사업보다 파급력과 확장성이 매우 크고, 산학연이 특정 과제에 집중하여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 AI 신약개발 생태계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혁신의 가속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신약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는데 AI 신약개발 가속화로 상당히 축소되고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면서 "다만 기술의 진보를 제도가 반영하지 못하면 소용 없다. 신약개발 분야에 많은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 이사는 지난해 11월 열린 <더팩트> 창립 20주년 기념 '혁신이 답이다' 포럼에서도 "연구개발에만 치우쳐서 연구비 투자 지원을 받은 후에 그 성과물을 투자자와 정부에 설명해야 하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업화 혁신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마중물 투자, 세제혜택, 재원과 신용 기반은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국가 재정을 고려한 규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우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신약개발은 아직 불확실성이 큰 기술이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 비용을 투자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AI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에 지원을 해주고, 제약사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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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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