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프로 골프 선수로 키우려면 얼마나 들까?

주미희 2023. 7. 31. 0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슨비·연습장 이용비 등 매달 300만원 지출
전지훈련 최대 2000만원…대회 출전 비용 200만원
규정 풀린 덕에 아마추어도 메인 후원사 계약
다만 이는 상위 1% 국가대표에 불과
여전히 비용 문제 때문에 부담 느끼는 부모 많아
현장에서는 “주니어 선수들 줄고 있어” 위기감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1억원.’

골프업계 관계자들은 자녀 한 명을 프로 선수로 키워내기 위해 일 년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으로 최소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월 레슨비 약 200만원, 골프 연습장 이용비 월 100만원 등 매달 고정적으로 300만원이 나간다. 3일 짜리 대회에 참가할 경우 하루 그린피 25만원에 숙박비, 이동비, 식비 등을 모두 포함해 총 200만원을 써야 한다. 해외 전지훈련도 필수다. 1년에 보통 1000만원, 많게는 2000만원까지 들어간다. 클럽, 골프화 등 용품 비용으로 연간 500만원 정도를 지불한다.

한 명의 골프 선수를 키우기 위해 온 가족이 매달리는 이유다. 현재는 여자골프 사상 최장 기간인 163주째 세계랭킹 1위를 달리는 고진영(28)도 “나를 프로 골퍼로 만들기 위해 부모님께서 진 빚이 많았다. 프로 무대에서 6승을 할 때까지도 빚이 없어지지 않았다. 내가 갚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을 정도다.

국가대표가 되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특히 지난해부터 아마추어 선수의 스폰서 계약을 허용하면서 이제는 학생 선수들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국가대표는 검증된 선수라는 인식 덕분에 메인 후원사와 용품 계약 등의 우선 대상이 된다. 현재 여자 국가대표인 김민솔(두산건설), 박예지(KB금융그룹), 서교림(삼천리), 유현조(삼천리), 이정현(KB금융그룹), 임지유(CJ) 모두 메인 후원사가 있다.

또 국가대표로서 대한체육회와 대한골프협회의 기금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가기 때문에(최소 20일) 훈련 비용도 절감된다. 필요한 경우 추가 개인 훈련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국가대표 유니폼이 지급돼 골프 의류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지 않다. 이외에 해외 골프협회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교류, 해외 대회 참가 등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을 미리 겪는 장점도 크다.

최근 용품사, 매니지먼트사들이 ‘선점 효과’를 노리며 대한골프협회 주관 대회는 물론 중고연맹 대회까지 챙기고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은 혜택을 누리는 주니어 선수는 상위 1%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보통 초등학교 4,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를 시작해 19살에 프로로 전향하는 선수들의 경우 대략 10억원의 투자 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프로가 돼도 바로 1부 투어로 직행하지 못하면 초기 비용은 더욱더 늘어난다.

비용 문제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체육회 골프 종목 등록 선수 자료를 보면 감소하던 초, 중, 고, 대학생 골퍼 수가 2020년부터 회복세에 들어섰고 2023년 7월 기준 2525명으로 늘어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주니어 골프는 위기”라는 목소리가 크다. 체감상 선수에 올인하는 주니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은 데다가 학교 강제 출석 등이 선수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선수의 감소세가 확연하다. 올해 중고연맹에 등록한 남고부 선수는 398명, 여고부 선수는 369명이다. 여자부는 10여년 전과 등록 선수 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남자는 1000명을 넘어섰던 2010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남고부 선수의 최근 2~3년 사이 등록 선수 수가 소폭 상승했지만, 국내 여자 투어에 비해 남자 투어가 활발하지 않은 탓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선수가 많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회를 많이 개최해 골프를 평생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엘리트 체육이었던 골프의 저변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투어의 활성화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골프가 튼튼하려면 유소년 육성부터 힘써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후원이 활성화되면 선수 측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주니어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에 정부에서 세제 혜택을 주고, 대회에 출전할 때는 학교 출석을 인정해주는 등 정책적인 움직임이 나온다면 한국 골프의 미래에 발전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