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높은 한국인의 '적대적 매체 지각'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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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얼마나 대단한가? 고도로 발달된 언어를 창조하고 이용하며,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하여 찬란한 인류 문명을 이루어 내었다.
언론 및 저널리즘 현상과 관련하여 사람들의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는 이론 중에 '적대적 매체 지각'이라는 것이 있다.
적대적 매체 지각이란, 특정 이슈에 대해 강한 태도나 의견을 지닌 이용자는 비편향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놓고도 자기의 입장이나 의견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편향되었다고 지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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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얼마나 대단한가? 고도로 발달된 언어를 창조하고 이용하며,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하여 찬란한 인류 문명을 이루어 내었다. 이러한 인류를 일컬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하였고, 독일의 칸트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송하였다. 데카르트는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파스칼은 ‘사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연약한 존재지만 생각할 수 있는 갈대’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에는 수많은 비극이 일어났고, 지금도 인류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다. 마치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논쟁처럼,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가 아니면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가에 대한 논의는 어쩌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지도 모른다. 다만 최근 일군의 학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한계가 무엇인지, 어떠한 상황에서 이러한 한계가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러한 한계가 유발하는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언론 및 저널리즘 현상과 관련하여 사람들의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는 이론 중에 ‘적대적 매체 지각’이라는 것이 있다. 적대적 매체 지각이란, 특정 이슈에 대해 강한 태도나 의견을 지닌 이용자는 비편향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놓고도 자기의 입장이나 의견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편향되었다고 지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이념적 성향이 강하거나, 자신의 신념이나 태도가 강한 사람들은 사회의 주요한 쟁점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은 일반 대중의 의견, 즉 여론과 일치한다고 인식하는 반면, 그 사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비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는 2012년부터 매년 약 25개국 정도의 디지털 뉴스 환경을 조사해 공개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을 보면, 우리 국민이 뉴스를 신뢰하는 비율은 28% 정도였다. 우리보다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슬로바키아(27%), 헝가리(25%), 그리스(19%) 정도이고, 대만·불가리아가 28%로 같은 수준이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 즉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은 언론사 자체나 언론이 전달하는 메시지 등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며,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이나 기자의 공정성·정확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불신은 적대적 매체 지각에 기인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치·사회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편향됐다는 인식, 즉 적대적 매체 지각은 뉴스 이용자의 분노나 불안감을 유발하고, 이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개인의 태도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우리 언론이 충분히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언론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것은 공중의 의무이기도 하다. 다만 상대방의 의견이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자신의 생각과 태도만 옳다고 믿고, 더 나아가 일반적인 여론과 일치한다는 과도한 확신이 적대적 매체 지각을 일으켜 언론의 건강한 지적이나 비판마저 편향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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