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줄줄 샌 보조금, 제대로 쓰이게 설계하는 법 후속보도 필요
학원 등 사교육 현장 생생 전달… 대학의 학생선발권도 관심을
베이비박스 부모 사연 제각각… ‘아기 유기’ 단정적 표현 안돼
류재천 위원=6월 28일자 A1면 〈野 “후쿠시마 오염수, 유엔총회 안건 지정” 국회 결의 추진〉 기사에 특정 국가의 국회가 결의하면 유엔 안건이 될 수 있는지를 취재해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신 다른 유엔 기구에서 검증하자는 야당의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꼬집은 6월 29일자 〈IAEA, 유엔 산하 기구인데…野 “IAEA 말고 유엔 기구서 검증하자”〉 기사도 좋았습니다. 오염수 방류 문제 외에 4대강 녹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전자파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과학을 부정하는 정치인과 학자들의 주장을 실명으로 정리해 보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보도를 후대에 남기는 것도 언론의 역할입니다.
이은경 위원=7월 5일자 A4면 〈野 “안전성 검증 없는 깡통보고서” 與 “국제기구를 돌팔이 취급하나”〉와 7월 6일자 A6면 〈與 “IAEA 불신, 尹탄핵 목적” 野 “日수산물 전체 수입금지법 검토”〉 기사는 여야 공방만 보도할 뿐 양측 주장에 대한 검증이 없습니다. 판단은 독자 몫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양측 주장을 전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검증을 전제로 한 제목을 뽑는 게 좋습니다. ‘오염수’라는 용어도 ‘오염처리수’가 더 정확하고 객관적입니다.
이준웅 위원=7월 3일자 A6면 〈“野, 마약 도취” “與, 핵 오염수 마셔보라”…더 독해진 막말전쟁〉 기사는 적나라한 정쟁을 현장감 있게 재현했지만 복잡한 사안의 요점을 오히려 흐리게 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 외에 대만, 필리핀, 미국 등 오염수 방류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의 정부와 국민 반응은 어떤지도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김종빈 위원장=6월 16일자 A10면 〈정부 “日 방류 삼중수소 건강 영향 없을 것”…野 “日 대변하나”〉 기사엔 야당 의원이 ‘처리 방법이 5개인데 굳이 바다에 버려야 하는 이유’를 질의했다고 나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 좋았을 것입니다. 과학적 근거 못지않게 신뢰의 문제가 중요하므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고통 분담을 설득하는 기사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최은봉 위원=7월 4일자 A1면 〈6세 절반 “사교육 3개 이상”…영유아도 굴레〉 기사는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으로, 88%가 취학 전 사교육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표본의 대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설문조사를 할 때는 표본의 구성 등 전체 인구 집단에서 대표성이 있는가 하는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설문조사를 함께 실시한 시민단체도 상당히 정치화된 단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보도는 자칫 ‘우리 아이도 사교육을 받아야 하나’라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성태윤 위원=사교육이 많은 것은 노동시장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명문대에 진학해야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노동시장 이슈와 사교육을 연결하는 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정부가 대형 학원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한다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어야 했습니다. 세무조사가 특정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세무조사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할 것입니다.
이준웅 위원=6월 27일자 사설 〈논술·면접도 정부 개입…대학 자율화 역행하는 사교육 대책〉은 대학 자율을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가 특정 문항이 공교육 범위에 있는지까지 시시콜콜 정책적으로 개입해서 규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주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한국에서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이 제약을 받고 있는지, 우리가 참조할 만한 선진국 대학입시 정책은 무엇인지, 대학은 학생선발권을 행사할 의지가 있는지 등에 대한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6월 21일자 〈학원가 ‘준킬러문항’ 설명회…불안한 학생들 더 몰려〉 기사는 정부의 사교육 규제 발표 이후 불안해진 학생들이 더 학원에 몰리는 역설을 발로 뛰어 취재한 좋은 기사였습니다.
김 위원장=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발언과 관련해 야당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을 잘 모르는 대통령, 갑작스러운 지시에 따른 혼란 프레임으로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킬러문항 배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것이 확인됐고 윤 대통령이 이 지시를 3월에 내렸다는 사실도 나왔습니다. 야당이나 일부 교육계가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논란을 삼기 위한 주장’을 언론이 꾸짖었어야 합니다.
성 위원=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은 주장보다는 팩트의 문제로 보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런 주장, 국토교통부에서는 저런 주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냥 팩트 자체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공하는 형태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 자료를 전격 공개했는데 그 전에 그런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보도를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류 위원=6월 23일자 A12면 〈선관위 사무차장 “친인척 경력 채용 10건 더 있다”〉 기사에 특혜 채용 의혹 자녀 4명에 대한 인사 조치도 예고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실제 인사 조치가 이뤄졌는지 추적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경력 채용 때 점수를 잘못 산정해서 서류전형 합격자가 바뀌었지만 주의 처분만 내렸다고 하는데 수사 의뢰를 안 한 이유도 추적해야 할 것입니다.
이은경 위원=7월 19일자 A12면 〈‘유령 아이’ 405명 범죄 피해 우려…보호자, 출생 부인-조사 거부〉 기사에서 ‘601명이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됐다’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나친 것 같습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넣은 부모의 처벌은 논란이 많습니다. 영아 유기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린 적도 있지만 아기를 키울 수 없으니까 여기서 좀 잘 키워주기를 바라면서 상담을 거친 경우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유령 아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아기도 인격체인데 유령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영아 인권에 둔감한 것입니다. ‘출산 후 미등록 영아’나 ‘미등록 아이’ 등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출생통보제는 ‘보호출산제’와 함께 가야 합니다. 출생 후 입양 등이 절차적인 어려움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보호출산제에 더해 불법체류자 자녀 문제도 거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제도 정비를 이슈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성 위원=7월 4일자 사설 〈줄줄 샌 태양광 ‘기금’…거품 걷어내 내실 키워야〉에 ‘다만 일부의 비리를 이유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자체를 폄하하거나 관련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는 이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태양광 보조금이 잘못이라고 쓰기보다 대체에너지와 관련된 보조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지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효율화하면서 탄소를 저감하는 형태가 되도록 보조금을 설계하라고 촉구하는 것이죠.
김 위원장=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정부 기관이 수행할 수 없거나 수행이 적절치 않은 사업을 민간단체들이 대행할 때 주는 돈입니다. 7월 19일자 A4면 〈尹 “이권 카르텔 보조금, 수해 복구 투입” 野 “재난 정치적 이용”〉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보조금을 수해 복구에 투입하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보조금은 일종의 예산 집행이기 때문에 자금 관리가 법률에 근거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지시하는 게 타당한지 좀 더 비판적으로 접근했어야 합니다. 자칫 정부가 입맛에 맞는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민간단체들을 관변단체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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