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증가하는 외국인, 공생의 지혜는

강구열 2023. 7. 3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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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1년째 아직 큰 불편 없어
구청 등 곳곳 한국인 통역사 큰 도움
외국인들 사회 유지·성장 한 축으로
사회시스템 전반 변화 고민해야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태어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게 쉽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물론 어느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가에 따라 어려움의 정도는 다르다.

1년을 조금 넘게 살고 있는 일본은 외국인이 살기에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잘 정비된 사회시스템, 유무형의 풍요로움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원만할 것임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부족한 일본어를 보완해 주는 제도를 일상에서 경험할 때 이런 생각이 강해진다. 일본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몇 가지 경험이 있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외국인 신분증인 재류카드를 만들러 간 도쿄 신주쿠구청에 갔을 때 일본어가 서툰 데다 일본에서 행정절차란 걸 처음 경험하는지라 바짝 긴장을 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상주하는 한국어 통역사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이의 일본학교 첫 등교일에도 그랬다. 첫날이니 부모도 함께 오라는 말을 듣고 갔더니 교장과 담임, 신주쿠구 교육위원회 직원이 통역사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아이에게 일본어 개인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물론 담당자는 한국말이 능통했다.

일본에서는 이사를 하면 전기, 수도, 가스를 개별적으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때도 통역사의 도움이 컸다. 전기회사에 먼저 전화를 걸어 용건을 말하자 외국인임을 알아챈 상담사는 통역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수도, 가스를 신청할 때는 통역사를 연결해 달라고 먼저 부탁했다.

꽤 헤매긴 했겠지만 통역사가 없었다고 못할 일은 아니었다. 통역사는 일본생활을 좀 더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디딤돌이었고, 무엇보다 일본 사회가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줘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이런 시스템이 일본 사회 전반에 갖춰진 것인지는 의문이다. 구민 35만여명 중 외국인 비율이 10%가 넘는 신주쿠구가 다른 곳에 비해 시스템 정비를 서둘렀다고 보는 게 옳을 듯싶다.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이 이미 적지 않고, 점점 늘고 있지만 통역서비스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중심이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민간정책조언 조직의 회의에 참가해 “외국인과 공생하는 사회를 생각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 인구 감소에 따라 일본에서 외국인의 비중과 역할이 날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약 1억2440만명인 일본 인구는 2067년 8973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비율은 같은 기간 2.4%에서 10.2%로 늘 것이라는 게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분석이다. 최근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동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은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모두에서 증가했다.

국제협력기구(JICA)는 일본 정부가 내건 성장 시나리오를 2040년에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2020년의 4배에 가까운 674만명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은 일본 사회를 유지, 성장시킬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보도에서 일본어만 공용어로 쓰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일본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다국적, 다언어 사회에서 앞선 나라들에서 배워 (내·외국인이) 융화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짜내어야 할 지혜 속엔 언어문제 말고도 수많은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인구동향은 비슷한 흐름을 가진 한국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7일 발표된 통계청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69만명으로, 내국인은 전년 대비 14만명가량이 감소한 4994만명, 외국인은 10만명가량이 증가한 175만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에서는 자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을 전제로 한 사회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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