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펼쳐진 ‘챔스 결승급’ 꿈의 대결…6만4천 관중 홀리다
현역 축구 감독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사령탑은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이고, 두번째는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감독이다. 비단 수입뿐 아니라 현대 축구의 전술에 미친 영향을 놓고 봐도 1·2위를 다툴 두 명장이 벌이는 ‘꿈의 대결’이 서울의 여름밤 아래 펼쳐졌다. 상암벌을 찾은 6만4185명 관중은 황홀경 속에 두 월드클래스 구단의 진심 어린 승부를 만끽했다.
30일 저녁,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40분가량 킥오프 시간이 지연됐으나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은 아틀레티코의 2-1 승리로 결판났다. 후반전 멤피스 데파이(20분)와 야닉 카라스코(29분)의 연속골로 경기를 제압한 아틀레티코는 지난 27일 팀K리그와 1차전 패배(2-3)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맨시티는 이번 프리시즌 세번째 경기에서 첫 패배를 안았다.
프리 시즌 친선 경기임에도 두 팀은 진검을 빼 들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앙투안 그리에즈만, 알바로 모라타를 전방에 세우고 코케, 로드리고 데폴, 사무에우 리누 등을 내보냈다. 지난 1차전에서 전반 45분간 K리그 올스타를 압도했던 정예 멤버다. 당시 경기에서 명단 제외됐던 얀 오블락 골키퍼가 장갑을 낀 점도 눈에 띄었다. 오블락은 2014년 아틀레티코에 입단한 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스타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시즌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괴물’ 엘링 홀란드를 선봉으로 훌리안 알바레스, 2선에 잭 그릴리시, 필 포든, 베르나르두 실바, 3선에 로드리, 수비진에 에이메릭 라포르테, 후벵 디아스, 존 스톤스, 카일 워커, 골키퍼에 에데르송 등 팀의 간판스타들을 일제히 가동했다. 전날 오픈 트레이닝에서 활발하게 훈련에 참여하며 팬들을 설레게 했던 에이스 케빈 더브라위너는 벤치에 앉았다.
이어지는 경기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혹은 결승전에서나 볼 수 있을 대진 이름값에 걸맞은 ‘고급 축구’의 향연이었다. 수년간 과르디올라의 시스템 축구에 단련된 맨시티 선수들은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상대 진영에서 짧은 패스와 분주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잘라가며 경기 지배력을 높였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축구 도사’ 그리에즈만을 축으로 모라타, 르마르, 리누 등의 기동성을 활용한 간결한 역습 전술로 맞섰다.
팬들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묘기 동작 하나하나에 탄성과 갈채를 연발했다. 전반 7분 홀란드가 아틀레티코 수비 악셀 비첼을 따돌리는 절묘한 움직임으로 박스 안 슈팅을 때려내며 함성을 불렀고, 종료 직전 공을 잡은 그리에즈만이 감속과 가속을 뒤섞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왼 측면을 뚫어내는 장거리 드리블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더브라위너는 줄곧 벤치를 지켰음에도 전광판 화면에 모습이 잡힐 때마다 한몸에 환호성을 받았다.
승부에 불이 붙은 건 1군 주전이 다수 물러난 후반이었다. 후반 20분 아틀레티코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가 공을 끊어내며 역습 밑돌을 놨고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멤피스 데파이가 시원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먼저 골문을 갈랐다. 시메오네 감독은 정규시즌 골이 터진 것처럼 기뻐했다. 이어 9분여 뒤 야닉 카라스코가 홀로 왼 측면을 헤집은 뒤 쐐기포를 꽂았다. 맨시티는 후반 39분 디아스의 코너킥 헤더로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홀란드와 데파이는 유니폼을 벗어 관중석에 쾌척했고, 경기를 뛰지 못한 더브라위너는 경기 종료 뒤 운동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연이어 축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을 선사한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다음 달 3일 부산에서 파리 생제르맹과 전북 현대의 경기로 이어진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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