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도 막지 못한 팬들의 열정…명승부로 보답한 아틀레티코-맨시티 [ST스페셜]
[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찌는 듯한 폭염도, 쏟아지는 빗줄기도 축구팬들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이 3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모두 들어올리며 ‘트레블’을 달성한 강팀이다. 엘링 홀란드(노르웨이), 케빈 데 브라위너(벨기에), 베르나르두 실바(포르투갈), 카일 워커(잉글랜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감독이 초호화 군단을 지휘한다.
아틀레티코 역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다. 앙투안 그리즈만(프랑스), 얀 오블락(슬로바키아), 코케(스페인) 등 쟁쟁한 선수들이 소속돼 있으며, 이들을 지휘하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역시 지도자로 능력을 증명한 인물이다.
유럽에서도 챔피언스리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두 팀의 맞대결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국내의 많은 축구팬들이 관심을 보였다.
경기 당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는 킥오프 시간 한참 전부터 많은 축구팬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맨시티와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근 주차장에도 많은 차들이 몰려 교통체증을 유발했다.
섭씨 30도 이상의 폭염에 뜨거운 햇볕까지 쏟아졌지만, 팬들은 인근 카페와 식당, 차량 안에서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무더위도 이기게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오후 5시께까지 폭염이 이어진 것이 무색하게, 6시께부터는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졌다. 천둥 번개까지 동반한 폭우가 짧은 기간에 쏟아지면서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경기장에 입장한 팬들은 우비와 우산을 쓰거나, 지붕이 있는 좌석과 통로로 이동해 폭우를 피했다.
경기 개시 시간을 1시간 여 남겨둔 상황에서도 빗줄기가 약해지지 않자, 주최 측은 킥오프 시간을 오후 8시 30분으로 30분 연기했다.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팬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탄식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교통체증으로 늦게 경기장에 도착해 약 1시간 가량 경기가 연기됐던 '유벤투스 사태'를 떠오르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오후 7시 30분 이후 빗줄기가 약해졌다. 양 팀 관계자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경기장 상태를 점검했다. 빗물이 가득 찬 탓에, 공이 제대로 튀지 않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뛰어난 배수시설 덕에 잔디 상태는 금방 나아졌다.
이후 오후 8시께부터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었다. 주최 측인 킥오프 시간이 오후 8시 40분으로 변경됐다고 공지했지만, 실제 킥오프는 오후 8시 45분에 이뤄졌다. 지난 2019년 유벤투스 사태 당시 킥오프 시간인 오후 8시 57분보다는 12분 빨랐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6만4185명의 팬들은 자리를 지키며 두 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양 팀 선수들도 친선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격렬하고 치열한 플레이를 펼치며 관중들의 기다림에 보답했다. 프리시즌 경기가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전반전에는 양 팀 모두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아틀레티코가 멤피스 데파이와 야닉 카라스코의 연속 중거리 골로 승기를 잡았다. 맨시티는 후반 40분에서야 후벵 디아스의 만회골로 추격에 나섰지만, 아틀레티코는 지난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에서 팀 K리그에 당한 역전패(2-3 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추가 실점 없이 맨시티의 공격을 봉쇄한 아틀레티코는 2-1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상암벌을 하늘색과 붉은색으로 물들인 두 팀의 승부는 축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감동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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