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전국 '펄펄'…온열질환 추정 사망 12명·익사 5명(종합)
당분간 밤낮없는 찜통더위…물 자주 섭취·야외 활동 자제 권고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에 연일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더위로 말미암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뙤약볕 아래 농사를 짓다가 쓰러져 목숨을 잃는가 하면 바다와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다 물에 빠져 숨지고, 전력 과부하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올여름 온열질환 누적 사망 3명→주말새 15명으로 급증 전망
30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온열질환자 178명이 발생했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938명(추정 사망자 3명)으로 장마가 끝난 뒤 급증했다.
이번 주말 들어 온열질환 추정 사망 사례가 속출하면서 공식 집계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경북에서만 폭염 속 밭일하던 70∼90대 노인 4명이 숨졌다.
이들은 모두 온열질환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에서도 전날 밀양시와 남해군에서 농사 일을 하던 2명이 숨졌다.
경남도는 두 사람의 사인을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열사병)으로 분류했다.
같은 날 경기도에서도 양평군 옥수수밭과 안성시 밭에서 숨진 사례가 발생했고, 충북에서도 제천에서 농작업 중 쓰러진 주민이 숨져 충북지역 내 첫 온열질환 사망 사례가 나왔다.
전북 군산에서도 70대 주민이 집 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당국이 온열질환과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30일 역시 불볕더위 속에 오후 2시 9분께 경북 예천군 감천면 관현리에서 80대 남성이 풀밭에 쓰러진 채 발견됐고, 비슷한 시각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서도 90대 남성이 밭을 하러 갔다가 길가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발견됐을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이번 주말 온열질환으로 숨지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만 12건으로, 이들 모두 통계에 더해지면 올여름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는 15건으로 급증한다.
피서철 물놀이 사고 속출, 전략 과부하 정전까지
바다와 계곡에서 물놀이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후 3시 51분께 강원 정선군 여량면 글램핑장 인근 하천에서 A(45)씨가 물에 빠져 50여분 만에 구조됐으나 숨졌다.
가족, 지인과 함께 여행 온 A씨는 물놀이 중 물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원주시 개운동 치악교 아래 하천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지고, 인제군 북면 한계리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20대 남성이 숨지는 등 강원지역에서만 주말새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전날 오후 1시 45분께 부산 영도구 영도하늘전망대 자갈마당 해상에서 물놀이하던 20대 4명 가운데 2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1명이 숨졌다.
이보다 앞선 오전 9시 32분께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앞바다에서는 아이들과 물놀이하던 중 떠내려간 튜브를 가지러 바다에 들어간 40대가 사망했다.
도심에서는 에어컨 등 사용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과부하로 추정되는 정전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 4단지 아파트 10개 동 1천710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2시간 만에 재개됐다.
이 정전으로 주민 2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과부하로 전기가 끊긴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 오후 8시 40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5개 단지에 변압기 이상으로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무더위에 밤잠을 설쳤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아파트단지에서 변압기 합선 사고가 발생해 아파트 314세대 전체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북새통' 해수욕장, '한산' 도심 대조…"숨이 턱턱 막혀"
찜통더위에 전국 해수욕장은 피서객들로 북적였지만, 도심 거리는 인적이 끊겼다.
제주시에 사는 박모(37)씨는 "아이와 야외 놀이터에 갔는데 놀이기구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달궈져 있고 햇볕도 너무 강해서 실내 키즈카페로 발길을 돌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부산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박모(42)씨는 "해변도 그늘이 없으면 너무 뜨거워 파라솔 밖을 나가기 힘들다"며 "예정보다 빨리 호텔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손 선풍기를 틀어도 가마솥더위에 숨이 턱턱 막힌다"면서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 나왔는데, 5분도 안 돼 땀으로 셔츠가 다 젖었다"고 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 안팎으로 오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서울, 인천, 광명, 김포 장기 등 수도권 4곳을 비롯해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등 21개 관측지점에서 열대야가 관측된 가운데 이날도 낮에 오른 기온이 밤에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시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활동을 자제하며 시원하게 지내는 건강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하므로 술과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도록 한다.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더위 때문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고,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춘다.
어린이, 노약자, 임신부 등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훈 전지혜 김선형 류수현 전창해 노승혁 송승윤 정다움 손형주 박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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