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신용자 보험료 싸지나…보험료 산정 때 대출·연체이력 활용 길 열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7. 3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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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보험사에 신용정보 판매 나서
교보생명 등 대형보험사 관심보여
해외는 이미 신용정보 활용 활성화
국내도 2000년대 시도 있었지만
“저신용자 차별” 반발에 무산이력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사진 = 픽사베이]
보험사가 고객의 대출·연체이력 등 신용정보를 보험 설계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개인신용정보회사인 NICE평가정보가 자사가 보유한 신용정보를 보험사 고객데이터와 결합·분석하는 솔루션 판매를 본격화한 것이다. 일부 대형 보험사에서 이미 솔루션 활용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업계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30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NICE평가정보와 데이터 결합 솔루션 구매협상에 나섰다. 데이터결합 솔루션은 NICE평가정보와 고객 보험사가 각각 보유한 데이터를 제출하면 금융보안원이 두 데이터를 결합해 가명처리한 후 다시 보험사에 전달하는 상품이다. NICE평가정보는 대출 잔액·보유기간, 연체금액, 카드개설 이력 등의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보험사는 가입자들의 보험계약, 유지율을 비롯해 가입시 제출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보험사들이 NICE평가정보가 보유한 개인신용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플랫폼인 셈인데, 이를 정식 판매하기 위한 금융감독원 신고절차도 최근 마무리돼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가명처리된 신용정보가 제공되는 형태여서 주로 연구 목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에서 이미 보험사들이 신용정보를 광범위한 영역에 활용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이를 시도했던 적이 있는 만큼 결국 보험 설계와 영업 다방면에 신용정보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금융권의 빅데이터 연구는 대부분 일상정보를 통해 신용정보를 보완하는 방향이었는데, 신용정보를 대출이나 카드발급이 아닌 다른 영역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처음 나온 점도 주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이터 결합은 건강정보·소비패턴 등 일상 생활정보를 체계화해 신용점수의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이었다”며 “신용정보를 다른 분야에 활용하는 시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보험사들은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신용정보를 보험 가입심사나 보험료·보험금 설계 등에 활용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보험사들은 신용도가 낮아 보험료 납입능력이 부족하고 보험 해약·사기 가능성이 있는 고객의 경우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금 최대액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신용정보를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인 저신용자들이 보험가입에서도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감독당국까지 압박에 나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20여년 가까이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에서 버젓이 활용하고 있는 개인신용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상태였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금융데이터 활용에 대한 당국과 사회의 인식이 높아진 2020년대부터다. 금융위원회는 개인·기업의 모든 금융데이터를 통합해 활용할 수 있게하는 마이데이터 정책을 추진하며 지난 2021년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NICE평가정보가 데이터결합 솔루션 연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2021년부터다. 이준섭 전 보험개발원 부원장은 “한국 금융계에서는 개인정보의 이동을 유독 금기시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들어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오히려 금융당국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높아진 상태여서 보험사의 신용정보 활용이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심사에서 신용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제약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기가 사회적 화두가 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악질적 보험사기 사례가 널리 알려지며 공분을 샀고, 나아가 대다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까지 인상시킨다는 인식이 퍼지며 신용데이터를 통한 보험사기 예방기능이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신용정보를 고객별 보험료·보험금 산정에 활용하기 위한 신용기반 보험점수(Credit-Based Insurance Score) 이용이 활성화돼있다. 단순히 신용점수를 보험심사에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가능성과 청구수준 등을 분석해 미래 손해율을 예측하는 식이다. 미국의 신용정보회사 FICO에 따르면 신용기반 보험심사가 허가된 주에서 95%의 자동차 보험회사 및 85%의 주택보험회사가 보험계약 언더라이팅 및 보험료 산출에 신용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생명보험사들은 신용카드 개수·연체기록·부채기록·부동산 대출 등의 신용정보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도출해낸 데이터분석기관의 서비스를 이용중이며,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도 8백만명의 보험가입자 샘플을 분석해 신용상태와 사망률이 연관돼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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