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반등에 특례론 금리도 인상…영끌족 또다시 ‘울상’

최희진 기자 2023. 7. 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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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최저 4.33%…3%대 사라져
특례론 내달 11일부터 0.25%P ↑
한·미 등 주요 중앙은행 긴축 지속
가계부채는 되레 늘어 당국 ‘주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반등하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까지 오르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다시 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당장 금리 내림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28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최저 연 4.33%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의 최저금리(연 3.91%)보다 0.42%포인트 올랐다. 차주 대다수가 최저금리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받는데, 3%대 상품이 사라진 셈이다.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변동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4월 3.44%에서 5월 3.56%, 6월 3.70%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8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거나 내릴 때 코픽스도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데, 최근 3개월 사이 은행채 금리가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4월 말 3.941%에서 이달 28일 4.230%로 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초저금리 환경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지난해 금리 상승의 충격에 속수무책 노출됐다. 이들은 올해 들어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며 한숨 돌렸으나 최근 금리 반등으로 다시 원리금이 불어나게 됐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2020년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4억4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과 신용대출 1억원을 받았다. 대출 실행 당시 금리는 각각 연 2.71%, 2.62%였고 원리금 상환액은 200만5000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각각 연 5.90%, 6.69%로 급등해 원리금 상환액은 311만7000원으로 불었다. 올해 초 금리 하락 덕분에 A씨의 원리금 상환액은 지난 5월 말 290만9000원,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5.36%, 신용대출 5.86%로 내렸다. 하지만 A씨에게 지난 28일 금리(주택담보대출 5.62%, 신용대출 5.82%)를 적용하면 원리금은 295만6000원으로 증가한다.

정책금융상품도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을 받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재원이 되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금리는 지난 2월10일 연 3.925%에서 이달 25일 연 4.428%로 0.503%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HF)는 다음달 11일부터 일반형 상품의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지난 3월 출시 후 첫 인상이다. 이로써 기존 연 4.15~4.45%였던 일반형 금리가 4.40~4.70%로 상승한다. 만약 3억원을 50년 만기로 빌린다면 월 상환액이 124만8000원에서 130만원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금리가 반등했음에도 가계대출 잔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678조8841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6387억원 늘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미국,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대출이 늘어난 차주들이 상환 부담에 짓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시기에 관한 질문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편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하겠지만, 올해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환경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큰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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