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니제르 쿠데타 세력에 “원조 끊겠다” 퇴진 압박
국제사회가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사진)과 군부를 겨냥해 각종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니제르는 전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경제의 대부분을 해외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리카연합(AU)은 이날 “쿠데타를 주도한 군 수뇌부는 15일 이내에 부대로 복귀해 헌정 질서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2011년부터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낸 치아니 장군은 지난 26일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가족을 억류하고 이틀 뒤 자신을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으로 칭했다. 그는 “점점 망해가는 나라를 보면서 지금과 같은 국가 운영 방식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며 “직접 개입해서 책임을 지기로 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한 듯 “니제르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며 “여러 과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발표했던 아마두 아브드라만 공군 대령 등 군부도 치아니 장군을 새로운 국가원수로 인정하며 힘을 실었다. 이들은 공식 문서에서 치아니 장군의 이름을 치아니(Tchiani) 대신 티아니(Tiani)로 변경하는 등 권위 세우기에도 나섰다.
하지만 국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EU는 니제르의 쿠데타 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예산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안보 분야의 모든 협력도 무기한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제르를 식민지배했던 프랑스도 바줌 대통령 석방과 복권을 요구하며 예산 지원을 끊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프랑스 개발청이 니제르에 지원한 금액은 9700만유로(약 1365억7000만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니제르의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고 인도적 지원 사업도 중단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니제르는 매년 20억달러(약 2조5560억원) 규모의 공적 개발 원조를 받는다.
니제르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은 군부의 권력 쟁탈전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특히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니제르 국민의 식민지배자들에 대한 투쟁”이라며 “니제르는 효율적으로 독립을 얻어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이번 쿠데타에 바그너 그룹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카메룬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모든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파견대를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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