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조카로, 할아버지의 딸로…제주 4·3에 뒤틀린 가족, 다시 편다
‘사실상의 자녀’ 228건 등 확인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접수
이모 할머니(75·당시 북촌리)는 1948년 태어나자마자 제주4·3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 할머니는 결국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등재됐고, 호적상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조카 관계가 됐다. 송모 할머니(76·아라리)는 4·3 당시 아버지가 행방불명되면서 ‘할아버지의 딸’이 됐다. 호적상 아버지와는 남매 사이가 된 것이다. 아버지의 제사를 직접 지내고 있지만 딸로서 유족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제주4·3사건 당시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정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제주도는 지난 28일부터 4·3사건 피해로 잘못된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 신청을 접수받기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신청 대상은 4·3 피해로 인해 제적부(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돼 있지 않은 희생자, 제적부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희생자와 유족, 4·3 희생자와의 신분관계 정정이 필요한 사람 등이다. 이들은 제적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 창설, 희생자의 사망일자와 사망 장소의 기재 또는 정정, 희생자인 친생 부모 및 공부상 부모와의 친생자관계존부확인 등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4·3 희생자의 사망일자와 장소의 정정만 허용됐다. 지난 3월 4·3특별법 시행령 등이 개정되면서 보다 폭넓게 희생자와 유족 간의 관계 정정이 가능하게 됐다. 4·3으로 희생된 이들의 ‘사실상의 자녀’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이나 정정을 위한 신청서가 접수되면 2개월간의 공고, 사실조사, 4·3실무위원회 심사, 4·3중앙위원회 심의·결정 과정을 거친다. 위원회의 최종 결과를 통지받은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관서에서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이나 정정을 신청하면 된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제주4·3사건 가족관계 불일치 사례’를 조사한 결과 모두 427건을 접수 받았다. 이 중 실제로는 희생자의 친생자이지만 희생자의 조카나 형제 등으로 출생신고가 된 ‘사실상의 자녀’ 사례가 228건으로 가장 많았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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