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아닌 게…” 교육공무직도 ‘민원 몸살’
학비노조 “학교 모든 근무자의 인권보호 강화 등 대책 필요”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 A씨는 최근 수돗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달라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CCTV 설치는 교직원 회의와 학부모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라 담당자인 교감이 근무하는 교무실로 전화를 돌리겠다고 답하자 폭언이 시작됐다.
전화를 건 학부모는 “왜 교감을 찾느냐, 담당을 모르면 모른다고 정확히 사과를 하면 되지 않냐, 학교에서 일하면서 사과하는 법도 못 배웠냐,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라”고 소리쳤다. A씨는 “학부모들은 행정실에서 모든 업무를 맡는 줄 알고, 교무실로 연결한다고 하면 아이에게 피해가 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향한 ‘악성 민원’의 피해자는 교사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는 30일 학교 교무실·행정실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들이 학교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겪은 반말과 욕설, 폭언 등의 사례를 공개했다. 교무실무사 등 교육공무직원들은 학교에서 일하지만 공무원이나 교사가 아닌 ‘근로자’ 신분으로 학교 행정업무와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학교 대표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아 민원에 일상적으로 시달린다. 최근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이슈가 됐을 때는 해당 학교에 ‘전화폭탄’이 쏟아지면서 학폭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실무사들이 항의전화에 응대하고 욕설 등을 감당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교사가 아니라는 신분 때문에 학부모와의 관계, 교사 등 다른 학교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로 몰리기도 한다.
학비노조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한 초등학교 교무실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 B씨는 “술 먹고 전화해서 담임이 전화를 안 받는다며 교장이 너네를 그렇게 가르치냐던 학부모가 부장님이 전화를 받으니 갑자기 공손해지더라”며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교사도 아닌 당신과는 이야기하기 싫으니 당장 교장 바꾸라’던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의 교육공무직 C씨는 “육아시간을 사용해 일찍 퇴근한 담임교사와 통화가 안 된다면서 한 학부모가 화가 나 교무실로 전화한 일이 있었다”며 “내용을 알려주면 교사에게 전달하겠다고 해도 학부모가 직접 연락하겠다고 해서 연락이 온 사실을 전했더니 해당 교사가 노발대발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일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학교에 별도 민원창구를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학교와 교육활동을 상대로 한 민원을 접수받는 역할을 실무사 등 교육공무직들이 떠맡게 될까봐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크다.
학비노조는 “악성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 개선, 통화 녹취, 학교 근무자 모두의 인권보호 강화 등 현실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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