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 ‘도덕성’ 방점 달랐던 명낙 회동…물밑 계파 갈등만 고조

친낙계 당원 이재명 비난에
친명계 “수박 퇴출” 거세져
총선 공천 규칙 개정도 ‘뇌관’

청년들 만난 김은경 혁신위원장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만찬 회동에서 단합을 강조했지만 당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의 ‘수박 청산’(비이재명계 의원 공천 물갈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를 비방한 친이낙연계 권리당원 징계 문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이 전 총리 회동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당이 단합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전적으로 일치, 공감했다”고 했다. 조 총장은 “당내 단합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조치한 사례가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 전 총리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전날 당원 게시판인 블루웨이브에 “이낙연과 수박들은 다시 국회의원이 돼도 지금과 똑같이 발목 잡고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낙연과 수박들을 내쳐야 한다”고 적었다.

친이낙연계 권리당원의 이 대표 비난은 계파 갈등을 고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27일 친이낙연계 권리당원이자 유튜버 백광현씨에 대한 징계안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백씨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의 마인드는 조폭 마인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내려놓겠다 뭐 이런 헛소리나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쇼인데”라고 말한 대목 등이 문제가 됐다.

당원들 간 갈등은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견해차를 반영한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의 전제조건으로 당 단합을, 이 전 총리는 도덕성을 회복하는 당 혁신을 각각 강조한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수박 청산’을 총선 승리 요건으로 꼽는다. 반면 비명계 당원들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선 공천 규칙 개정 문제는 갈등의 폭발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12일 ‘현역의원 기득권 타파’를 공천 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일부 친이명계 원외 정치인들도 권리당원들의 현역의원 공천 평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들의 공천 평가 참여는 ‘수박 찍어내기’라고 반발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