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에 더 밀착한 북·중·러, ‘핵 고도화’ 공동전선 주목

박은경 기자 2023. 7. 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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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이래 처음으로 중·러 사절단 모두 열병식 참석
고립된 북·러 이해 서로 맞아떨어져…양측 4차례 별도 행사
핵·미사일 개발 용인 모양새…기술 지원 땐 위협 대폭 커져
중국 대표단과 화기애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이 열린 다음날인 지난 28일 중국에서 파견된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등 당정 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서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면서 향후 3각 공조 방향과 강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중국과의 전통적 우호 계승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와는 더 긴밀하고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병식에 대표단을 보냈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만남을 전하며 양측이 국방 분야 상호 관심사에 대해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밝히는 등 북·러관계가 한층 심화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개최된 총 13차례 열병식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사절단이 모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0일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북·중·러 연대 과시라는 외교적 메시지와 실질적 군사협력이라는 실용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대미 항전이라는 ‘전승절’의 상징적 코드와 중·러 축하사절단을 활용해 김 위원장이 강조해 온 ‘신냉전’ 구도, ‘제국주의 대 반제국주의’ 진영화를 시각화한 기획”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과 각각 따로 만나며 밀접한 관계를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은 지난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70년 전 중국군과 북한군은 (…) 피로써 위대한 전우애를 맺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두 나라가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통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면서 ‘친선’과 ‘동지적 협조’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보다 더 높은 급을 파견한 러시아 대표단과는 4차례 단독 행사를 할 정도로 밀착 행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26일 무장장비전시회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직접 안내했는데,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었던 대형 무인정찰기 등이 포함됐다. 27일에는 노동당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양측 통역만 배석시킨 채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북한은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 대표단을 위해 두 차례 따로 연회를 준비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보도에서 러시아 측과의 ‘견해 일치’ ‘공동전선’ ‘전략적 단결’ 등을 강조했다.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26일 쇼이구 장관과 강순남 북한 국방상 회담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이 “북한은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밝혔고 북측은 ‘제국주의자들의 전횡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시했다고 발표했다.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와 핵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의 이익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군사정찰위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 역으로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 전쟁할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호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국방장관이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침공이 수월해지도록 돕기 위한 무기 확보를 위해 북한에 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은 포탄 등 군수 지원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자치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등의 재건 인력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미·중 갈등 구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은 이전 열병식 때보다 급이 낮은 부위원장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 중재역을 자처하는 중국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경제부 차관이 방중해 차관급 회의를 여는 등 고위급 교류도 활발한 상황이다.

밀착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열병식 참석 자체만으로도 북·중·러 연대 과시 의도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러 대표단은 열병식에 등장한 ICBM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 미사일을 관람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홍민 실장은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ICBM, 군사정찰위성, SLBM 개발 등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적 지원이 더 이뤄질지 여부”라면서 “이 경우 북한 핵·미사일의 실질적 위협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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