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 ‘폭주’[감사원, 누가 감사하는가]

문광호·조문희 기자 2023. 7. 3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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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전 정권 감사에 ‘올인’
월성원전 감사·인수위 참여
대통령실과 직접 긴밀 소통
감사위원·원장 막아선 월권
휘하에 ‘타이거 사단’ 막강

“(승진 등) 인사가 나면 ‘저 사람이 타이거(TIGER)였나’ 생각해보게 된다.”

감사원 국·과장급 인사가 최근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타이거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평소 감사원에 필요한 능력으로 꼽은 T(Training·훈련), I(Intuition·직관), G(loGic·논리), E(Evidence·증거), R(Reasoning·추리)를 추려 만든 단어다. 지금은 유 총장 측근인지 아닌지를 가려 부르는 데 쓰인다. 최측근의 경우 ‘찐타이거’라고도 불린다. 감사원은 유 총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 특별조사국을 즐겨 활용하고, 전 정권 상대 감사에 거리낌이 없다.

■ 감사위 패싱, 전 정권 감사

‘유병호 체제’의 제1 특성은 감사위원회 패싱이다. 감사원 내 최고의결기구이자 합의제 기구인 감사위를 건너뛰는 사례가 다수 목격됐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는 물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 등 다수 감사를 특별조사국이 시행했다. 사무처가 연초에 세운 ‘연간 감사계획’을 감사위가 최종 의결해 확정하는 통상의 감사와 달리 특별조사국 감사는 감사위 의결이 없어도 가능하다. 이들은 모두 ‘전 정권 감사’로 분류되는 감사로, 윤석열 정부 들어 착수됐다.

유 총장 취임 후 이뤄진 조직개편도 눈에 띈다. 감사원은 유 총장 취임 12일 만인 지난해 6월27일 국민감사본부, 미래전략감사국, 디지털감사지원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외부 감사 수요’ ‘미래 위험요인 대비’ ‘원장 특별지시’ 등 사유를 들어 정치적이거나 시의성 높은 사건에 발 빠르게 대응할 여건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 검찰인 듯 검찰 아닌, 감사원

감사원은 지난해 7월엔 감사원 ‘디지털 자료 수집 및 관리 규정’을 대폭 개정해 포렌식 실시 기준을 완화했다. ‘직무 수행과 관련한 디지털 자료만 선별해 추출한다’ ‘자료를 감사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 등을 삭제하고 디지털 포렌식 경력 직원을 추가로 채용했다.

감사원의 포렌식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자녀 특혜채용’ 감사에서 주목받았다. 감사원은 포렌식에 앞서 법원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검찰 등 수사기관과 달리 자체 판단에 따라 포렌식이 가능해 권한이 오히려 더 크다는 지적이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수집한 광범위한 포렌식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제출된다면 수사기관은 영장 등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도 해당 자료를 습득할 수 있게 돼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부 감사는 물론 내부 직원 감찰도 거세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문재인 정권 ‘봐주기 감사’ 혐의로 공공기관감사국 과장 등 5명에 대한 감찰에 나섰다. 최근엔 조은석 감사위원을 상대로 내부 태스크포스를 꾸려 감찰 중이다.

■ 감사원장보다 위? 무소불위

유 총장이 윗선인 감사원장마저 신경쓰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감사위 회의록에 따르면 조 위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은 전 전 권익위원장과 소송 중이란 이유를 들며 감사위 회의에서 제외하자고 (제척)하자 유 총장이 나서서 반박했다. 최 원장이 “잠시만요” “총장님, 제 발언권을 얻고 얘기해주시고요”라며 만류했지만 유 총장은 말을 이어갔다.

유 총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 ‘좌천’ 대상이었다는 평이 많다. 그는 2019년 ‘서울교통공사 감사’, 2020년 ‘월성 원전 감사’ 등 논란 많은 감사를 맡은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탄탄대로를 걸었다. 감사원 소속으로 지난해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정무사법행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가 지난해 6월15일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소통도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5일 국무회의 직전 유 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

문광호·조문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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