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 이동관 청문회…언론 장악과 학폭 ‘양대 의혹’ 넘을까

탁지영·강은·전지현·조형국 기자 2023. 7. 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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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히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진 지 2개월 만이다. 그러는 사이 야당과 언론은 방통위원장 후보로 공식 지명되지 않은 이 후보자를 상대로 검증에 나섰다. 방통위원장 후보로 공식 지명되지는 않았으나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 이례적으로 길어졌기 때문이다.

검증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자녀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재직 때의 언론장악 의혹이다.

언론장악 의혹은 국가정보원을 통한 방송사 인사 개입과 방송 장악 기도, 정부 비판적 신문사 사찰, 민간인 비방 및 여론조작 지시 의혹 등이다. 당시 홍보수석실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건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 후보자는 ‘MB의 남자’로 불렸다. 스스로도 그리 여겼다. 본인이 아닌 이의 발언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 언론에 나가자 공식 브리핑에서 “초기에는 ‘핵관’이라고 하면 나를 지칭했다. 이제는 아무나 핵심 관계자라고 쓴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 검증…관전 포인트 셋

①언론탄압 ②‘좌파’ 색출 ③학폭 무마…“안 했다” 버틸까 “없었다” 퉁칠까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MB 정부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수사한 2017~2018년 검찰의 수사기록에도 ‘실세 이동관’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당시 MBC를 담당하던 국정원 직원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당시 홍보수석은 실세 수석인 이동관 수석이었기 때문에 자료 요청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국정원 직원은 ‘좌편향 인사 척결’에 앞장섰던 MBC 간부 전모씨의 승진 배경을 묻자 “MB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맡아 언론계 실세로 자리 잡은 이동관과 전씨는 신일고 1년 선후배에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동창”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동관 홍보수석실의 요청을 받고 KBS 간부들의 정치 성향 등을 사찰한 뒤 문건을 만들었다. ‘KBS 좌편향 인사 색출’을 위한 문건이었다. 홍보수석실 비서관이 정부에 비판적인 경향신문의 광고수주내역을 캐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① ‘언론탄압’ 몸통 의혹

홍보수석실 통해 국정원 지시
KBS 사찰·MBC 정상화 관여
경향신문 광고 뒷조사 정황도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 시발점으로 지목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의 실질적 작성 지시자로 이 후보자를 의심했다. 해당 문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국정원 불법사찰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됐다. 국정원은 2010년 이동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작성했다. 이른바 ‘좌편향 선거보도’를 견제할 목적이었다. 문건에는 “심의위원 위촉권한이 있는 방통위원장이 좌편향 단체, 특정 방송사 관련자는 공정성 침해 가능성 결격사유로 제시하여 배제(한다)”라고 적혔다. 방통위 담당 국정원 IO(정보수집관)는 검찰서 “홍보수석실장(수석비서관) → 국가정보원장 → 홍보수석실장 → 대통령 승인 → (홍보수석실장) → 방통위원장 순으로 내용이 전달되는 게 원칙”이라고 진술했다. 홍보수석이었던 이 후보자를 건너뛰고는 업무요청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도 깊숙이 관여돼 있다.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홍보수석실이 국정원과 밀착해 방송·문화·종교계 ‘좌파’ 세력을 퇴출하려 한 정황도 과거 검찰 수사기록 곳곳에 나온다. 국정원이 작성한 ‘MB 정부의 문화·연예계 대상 퇴출 관련건’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문건을 보면, 2009년 11월9일 홍보수석이 ‘프로포폴 (투약) 소문이 연예인 김제동이라는 의혹과 좌파 연예인들 간 프로포폴·마약류 유포 실태’를 파악하라고 국정원에 요청한 것으로 나온다. 홍보수석은 이 후보자(2009년 9월~2010년 7월)였다.

② ‘문화계 블랙리스트’서 역할

당시 청와대 작성 문건에
김제동·손석희·김미화 언급
“좌파 연예인 마약 유포 파악”

국정원은 같은 달 19일 ‘김제동 등 일부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 점검’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민정수석실과 홍보수석실에 보고했다. 국정원 직원은 검찰에서 “김제동의 경우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했던 인물인데 BH에서 김씨를 찍어 보고서 작성을 요구했기 때문에 김제동을 특정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실이 그해 12월18일 요청해 국정원이 같은 달 24일 보고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에는 손석희·김미화씨가 언급됐다. 국정원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안팎의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파 논리에 경도된 편파 보도로 정부 시책 흠집내기에 경사”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는 악의적 멘트로 여론 선동”이라고 썼다.

국정원은 강성·온건 성향으로 나눠 ‘문화·연예계 핵심 종북세력 명단’을 만들었다. 국정원은 “BH(청와대)도 원(국정원)에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조치 지시 사실이 있어 BH와 교감하 대상 선정 추정”이라고 적시했다. 청와대가 정부 정책에 반대한 문화계 인사 명단을 국정원에 내려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관 홍보수석실의 문화계 좌편향 인사 파악 및 조치 지시는 후임 홍보수석실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2011년 6월 최금락 홍보수석실은 국정원에 ‘좌편향 성향 언론인·학자·연예인이 진행하는 TV 및 라디오 고정 프로그램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 민정수석실도 국정원에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 ‘마약류 프로포폴 유통 실태’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국정원의 문화계 사찰 출발점에 이동관 홍보수석실이 있었고, 그와 같은 그릇된 행태가 후임 홍보수석 재임 때도 관행처럼 되풀이된 것이다.

국정원은 2009년 7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좌파 연예인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청와대와 보조를 맞췄다. TF는 방송사에 좌파 연예인의 프로그램 하차를 압박하거나 여론조작으로 이들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등 행동에 나섰다.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방송계에서 퇴출됐다.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4대강사업 등 MB 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한 명진 스님을 불교계에서 몰아내려 국정원에 사이버 여론전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 아들의 하나고등학교 학교폭력 의혹은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지명된다는 설이 돌면서 8년 만에 재점화됐다. 의혹은 2015년 하나고 비리와 특혜 의혹을 조사한 서울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피해를 주장했던 학생 두 명이 2012년 작성했던 진술서에는 이 후보자 아들이 “침대에 눕혀서 밟거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하나고가 사건을 인지하고도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은 경위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폭위를 소집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 아들은 ‘담임 종결’로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전학을 가는 것으로 사안을 마무리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이 후보자가 학폭 사건 당시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후보자가 김 전 이사장을 통해 학폭위를 열지 않고 사건을 종결토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③ ‘아들 학폭’ 전화의 진실

학폭위 미개최 ‘입김’ 여부
이사장 “전학 연기 부탁해”
이 “상황 파악” 입장과 달라

이 후보자는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8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당시 김 전 이사장과 전화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무엇을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또 “상징적 지위에 있는 이사장의 영향력을 기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며 “어떤 부모도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 ‘을 중의 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학교 교육현장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지난 28일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이사장한테 어떻게 확인하겠냐”면서 “이사장이 애들(학생들) 그런 것을 어떻게 아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가 전화했던) 당시에는 학폭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했다”면서 “(이 후보자 아들이) 권투반을 들었던 모양인데, 권투를 배우고 나서 괜히 손을 뻗고 하다가 싸움이 있었다는 그런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전화해서 한 말은) 시험은 보고 전학을 가게 해달라는 것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시 이사장이었던 자신은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 문제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위치도 아니었고 사건 내용도 몰랐는데 이 후보자가 자신의 시각으로 사건 내용을 설명하면서 ‘시험은 보고 전학을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사장의 영향력을 기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이 후보자의 주장과 배치된다.

탁지영·강은·전지현·조형국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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