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원이면 취업 합의서 만들어준다···취업난 中, 이런 일까지

김수연 인턴기자 2023. 7. 30. 2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업률 60% 미달땐 신입생 제한 정책에
中 대학·교수들 졸업생에 '가짜 취직' 유도
'1만2000원에 서류조작' 온라인업체 활개
중국 한 대학생이 졸업식을 마치고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관하며 시체처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CCTV
[서울경제]

20%를 웃도는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을 기록 중인 중국에서 대학들이 취업률 통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졸업생들에게 '가짜 취직 증명'을 재촉한 사례가 알려졌다.

30일 북경청년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한 대학 졸업 예정자 리즈는 얼마 전 학생 관리 직원과 함께 합의서 한 통을 위조했다. 분명 취업을 한 적이 없지만 취업이 이미 됐다는 내용의 ‘회사-졸업생-대학 3자 합의서’였다.

올해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생 샤오쯔도 대학 직원에게 압박을 받았다. 직원은 “'삼자(회사-졸업생-대학) 합의'를 하면 학교 취업률에 공헌할 수 있다”며 “취업률 수치가 좋으면 다음 학생을 받을 때도 도움이 된다”고 샤오쯔에게 연락했다.

원래대로라면 학교 시스템에서 취업 상태를 표시하는 항목에 ‘취업 준비 중’을 선택해야 했지만 샤오쯔는 ‘유연 취업(정규직이 아닌 일자리)’을 선택했다.

얼마 뒤 논문 지도교수는 별안간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샤오쯔 등 학생 3명을 태그하면서 "앞서 '유연 취업'이라고 표시한 학생은 다시 취업 정보를 써넣어달라"고 했다.

학교 시스템에는 어떤 형태의 회사에 취직했는지 구체적인 내용만 쓸 수 있게 바뀌어 있었다. 학생을 고용한 회사의 날인도 필요했다.

샤오쯔는 취업률이 목표에 맞지 않자 학교가 허위 취업 합의서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지도교수의 말은 이런 학교의 뜻을 한층 분명하게 했다. 지도교수는 샤오쯔에게 개인적으로 메세지를 보내며 “고용계약서에 서명하면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연 취업' 상태면 임금 입금 상황을 제출해야 하고 매달 성(省)과 정부기관에서 학교에 실사를 나오지만, 합의서가 있으면 이런 걸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지도교수는 사흘 동안 매일 같이 취업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전화를 걸었고, 마지막엔 "너는 교우로서 학교 업무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4개월 만에 '취준생'에서 '학교에 공헌을 못한 졸업생'이자 '학교를 도와줄 줄 모르는 교우'로 바뀐 셈이다.

취업이 안 되면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대학원에 갈 생각이었던 샤오쯔는 회사 날인까지 있는 허위 취업 증명을 냈다가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중국 교육부는 2011년 졸업생의 취업률이 두 해 연속으로 60%에 못 미친 대학 학과는 신입생 모집인원을 줄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취업이 많은 학과의 경우 신입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대학은 매년 취업률을 공개해 전공별 평가 자료로 쓰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대학은 구체적인 취업 목표 수치를 갖고 있다고 북경청년보는 설명했다.

지난 5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의 경제난 속에 1158만명의 사상 최다 졸업생이 쏟아져나오는 요즘 같은 시기엔 "우리 전공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졸업 시즌마다 취업을 못 한 학생은 상담 직원과 지도교수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되고 '서류상 취업'이 벌어지는 건 학교와 학생이 받는 이런 압박 때문이다.

'서류상 취업'을 돕는 서비스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선 100위안(약 1만7900원) 안팎을 지출하면 감쪽같은 취업 합의서를 만들어주는 업체가 여럿 존재하는 실정이라고 북경청년보는 말했다. 한 졸업 예정자는 "대학에서 이런 일은 진작에 비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매장 업주는 접촉을 시도한 북경청년보 기자에게 한 무역회사는 68위안(약 1만2100원), 한 과학기술회사는 88위안(약 1만5700원)이라는 '가격표'를 각각 제시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68위안짜리 업체를 고르고 3일 후 회사의 직인이 찍힌 합의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수연 인턴기자 xunni0410@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