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미신?···후쿠시마 오염수 7가지 궁금증, 해외 과학자가 답하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21일 외국 언론사 기자 15명을 초청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방류하는 설비를 공개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달 시운전을 마치고 지난 7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방류 설비 검사 합격증을 받는 등 방류 준비를 모두 마친 도쿄전력이 막바지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8월 중 방류 개시를 지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 1000여개에 들어 있는 133만t 이상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로 정화한 후 바닷물로 희석해 30년 동안 배출할 계획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다. 일본 계획 그대로 오염수 방류를 승인한 윤석열 정부는 해양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한다. 일본 정부도 아닌 한국 정부가 ‘과학 VS 미신’이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러나 괴담이나 미신과는 거리가 먼 핵물리학자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여러 해외 과학자 중 한명이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오염수를 처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오염수를 콘크리트로 고체화해 보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이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값싸고 손쉬운 방류를 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달노키베레스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과 궁금증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11~20일 사이 e메일로 이뤄졌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태평양 18개 섬나라를 회원국으로 하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과학자문단의 일원으로 도쿄전력이 2017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ALPS로 처리한 원전 오염수를 분석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①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어떤 실익이 있기 때문인가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은 과학자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핵연료와 직접 접촉한 오염수는 아무리 ALPS 처리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피해가 결코 ‘0’이 될 수 없다. 주변국에는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그 행위(방류)로 인한 이익이 피해보다 커야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지침 GSG-8 요건에 위배된다.
그러나 이번 방류 결정에서 GSG-8 원칙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IAEA 보고서 19쪽을 보면 “일본 정부의 국제 안전 기준 검토 요청은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이 내려진 후 IAEA에 제출됐다. 따라서 IAEA 안전성 검토의 범위에는 일본 정부가 수행한 정당화 절차의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IAEA가 GSG-8을 검토하지 않은 채 일본 정부의 방류 방침을 추인해준 것임을 보여준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GSG-8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번 사례는 GSG-8의 허점이 될 것이고, 앞으로 어느 국가든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시 GSG-8을 고려하지 않고 방류해도 된다는 심각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② IAEA는 국제기구 아닌가요? 왜 IAEA가 주변국을 돌며 일본 오염수 방류를 설득하는 거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7일 한국을 찾은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PIF 의장국인 쿡제도를 방문하는 등 오염수 방류 영향권 국가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2박3일간의 한국 방문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최종보고서 내용을 되풀이해 과학적 설명 대신 정치적 플레이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달노키베레스 교수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공신력있는 국제기구인 IAEA가 특정 회원국의 입장을 다른 회원국보다 선호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반핵 전문 비영리단체인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도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순회는 일본의 위탁을 받아 이뤄졌다고 본다. 그 비용은 일본이 지불했을 것”이라며 “IAEA는 본래 원자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한국과 뉴질랜드 등 주변국 순회 방문을 시작하는 바람에 방문 자체에 관심이 쏠리면서 보고서를 충분히 소화하고 검토할 여유를 주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PIF 자문단으로서 오염수 분석을 위해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회의 시작 몇시간 전 보고서와 정보를 대량으로 쏟아내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그들이 종종 사용해온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가와의 회의 직전에 그렇게 쏟아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같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주변국 정치인과 대중을 대상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이는 매우 무례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③방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IAEA의 보고서 내용은 신뢰할만한가요?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핵 비확산과 안전에 기여한 IAEA의 노력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의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문을 연 뒤 “그러나 IAEA 보고서의 분석 방식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문제점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가 꼽은 첫번째 문제점은 ALPS 처리된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된 어종의 숫자가 너무 적은데다, 여기에 여과 섭식자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과 섭식자는 물속의 부유물질을 걸러 먹는 조개, 크릴, 해면동물 등을 일컫는다.
또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먹이사슬망을 통한 (방사능) 축적 위험을 평가할 때 방사능 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작은 물고기들 대신 일반 사료를 먹임으로써 방사능 축적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IA)에서 침전물에 의한 방사성 핵종 흡수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침전물의 방사성 물질 흡수량은 방류량이 늘어날수록 매 단계마다 증가할 것이고 이러한 흡수량은 핵종과 침전물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IAEA의 분석은 이러한 요소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것이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그동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이 같은 요소를 고려해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지만, 그들은 우리의 제안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면서 “나는 도쿄전력에 대한 신뢰를 크게 상실했다”고 밝혔다.
④그래도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에서 방사능 수치가 낮게 나왔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요?
IAEA의 보고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탱크 1070개 중 3개의 탱크에서 채취한 시료 3건 중 1차 시료만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달노키베레스 교수와 반 대표 등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측은 3건의 시료 모두 IAEA가 직접 채취한 것이 아니라 도쿄전력이 제공한 것이고, 2·3차 시료를 채취할 때는 탱크 내 바닥에 있는 침전물을 포함해 위아래 전체 오염수를 섞는 교반작업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입장인 짐 스미스 포츠머스대 교수(환경과학) 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러한 비판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바다에는 어차피 ALPS 처리된 물이 방류될 것이고, IAEA 분석 결과 그 물의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낮게 나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달노키베레스 교수가 샘플 채취 방식을 문제 삼는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탱크마다 방사성 핵종 혼합이 서로 다른데다, 일부 탱크는 방사성 농도가 높은 반면 다른 탱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의 규모와 방사성 핵종의 다양성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IAEA가 분석한 탱크 샘플의 분석결과는 양호하게 나왔다 하더라도 탱크 내 방사성 핵종의 다양성이 클 때, 또 처리해야 하는 물의 양이 많을 때 ALPS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 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도쿄전력이 삼중수소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탱크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스트론튬-90과 같이 뼈에 침착되는 다른 방사성 핵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선택적 서술은 문제의 실제 중요한 측면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자신이 ‘방류(release)’라는 말 대신 줄곧 ‘투기(dumping)’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주목해 달라고 했다. “통에 담아서 바다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배수관을 통해 내보낸다 하더라도 이러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한 1996년 런던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반 대표 역시 “ALPS는 64개의 핵종을 포획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그밖의 방사성 물질, 예를 들어 탄소-14나 셀레늄-79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이는 ALPS가 설령 정상 성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⑤하지만 방류 외에 다른 대안이 없지 않나요?
그렇지 않다. 해외 과학자 및 일본 내 원전 전문가 등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하게 지지받는 대안이 ALPS 처리된 오염수를 시멘트, 모래 등과 섞어 고체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안이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콘크리트화 방안의 장점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탱크를 5년 내에 모두 비울 수 있다. 이는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계획보다 훨씬 빠르다. 둘째,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섭취할 경우 내부피폭 우려가 있지만 피부를 뚫지는 못하기 때문에 콘크리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셋째, 콘크리트화 하면 오염수가 국경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변국가는 물론이고 일본 어민들에게도 이익이다.
반면 스미스 교수는 경향신문의 e메일 질의에서 콘크리트화 방안에 대해 “흥미로운 아이디어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콘크리트화 하는 방안에서 삼중수소가 증발돼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 대표는 “삼중수소가 모두 증발될 우려는 없으며, 해양 방출하는 경우보다 당연히 방출량이 적다”고 반박했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콘크리트화 방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같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일본의 의사결정권자들은 희석과 방류라는 쉽고 값싼 해결책을 선택했고, IAEA는 문제가 없다면서 이를 승인해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6년 도쿄전력이 오염수 처리에 대한 6가지 아이디어를 발표하면서 가장 저렴한 방안인 해양 방류와 매우 분명한 단점을 가진 다른 대안들을 섞어 제시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과학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더 저렴한 옵션 옆에 더 비싼 옵션을 제시하여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방식은 마케팅 기법일 뿐 과학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그는 “콘크리트화 방안이 새로운 대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도쿄전력이 2016년부터 이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⑥방류하면 얼마나 위험한가요? 생선을 먹으면 안되나요?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만, 오염수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 부적절한 조언 때문에 한국의 가게에서 소금이 동나는 등 불필요한 공포를 초래했다”면서 “오염된 생선에 대한 잠재적 위험보다 생선 섭취에 따른 건강상 이점이 전반적으로 훨씬 크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대중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과학에 대한 인식은 의도적이든 실수이든 쉽게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모든 측면에 귀를 기울이되 과학적 논의에서 정치와 산업의 영향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바다는 이미 기후변화와 산성화 등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바다에 투기하지 않아도 되는 해결책(콘크리트화)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선택하길 바라는 것이 과연 지나친 요구인가”라고 되물었다.
⑦결국 방류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방류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일본이 이웃 국가의 바다와 시민들에게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방사능이 가장 낮은 탱크의 오염수를 첫 수십년 동안 먼저 투기하고 방사능이 높은 탱크에서는 삼중수소가 붕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전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이럴 경우 연간 3.5테라베크렐 미만의 방사능이 투기되는데, 이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삼중수소 연간 방류량(22테라베크렐)보다 훨씬 적은 것”이라면서 “(탱크를 모두 비우는 데) 약 6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반 대표는 “해양 방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스탠스”라면서 “만약 방출을 한다면 100년쯤 저장한 후에 방출해야 피폭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결국 방류를 선택할 경우 향후 지속적인 감시가 필수적이다. 방류에 찬성하는 스미스 교수도 “도쿄전력이 방출을 적절하게 수행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후쿠시마 주변 해수에 대한 독립적인 국제적인 감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일 IAEA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어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IAEA 최종보고서 설명회에서 “처리수(오염수) 최후의 한 방울이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는 후쿠시마에 머물 것”이라면서 “20년 후, 30년 후에도 계획대로 되는지 확인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도쿄전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2호기에서 발생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2014년부터 바다에 유출된 사실을 은폐했고, 2021년에는 ALPS 여과망이 손상된 사실도 숨겼다.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IAEA가 상주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철저히 감독할 수 있겠나”라면서 “도쿄전력이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숨기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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