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쥐 혈액 공유한 늙은 쥐, 수명 연장됐다 (연구)
젊은 쥐의 혈액을 3개월간 공유한 늙은 쥐의 수명이 6~9% 연장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6년 정도 더 살 수 있는 것과 같은 수명 연장 효과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된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살아있는 다른 두 개체를 결합하는 이런 생물학연구법을 파라바이오시스(parabiosis·병체결합법)이라고 부르는데 그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는다. 19세기 프랑스 과학자들은 순환계를 공유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두 마리의 쥐의 혈관을 연결한 뒤 밤나무과 식물에서 추출한 화합물인 벨라돈나를 한 마리에게 주입하자 두 쥐의 동공이 동시에 확장됐다.
1950년대 미국 코넬대의 클라이브 맥케이와 그의 동료들은 파라바이오시스를 이용해 노화를 연구했다. 그들은 젊은 쥐와 늙은 쥐의 옆구리를 꿰매어 피부의 모세혈관이 합쳐지도록 한 뒤 늙은 쥐의 연골을 조사한 결과 연골이 더 젊어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0년대 초 파라바이오시스의 르네상스가 열렸다. 과학자들은 21세기 기술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연령대의 동물이 같은 혈류를 공유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늙은 쥐의 근육과 뇌는 젊어지는 반면 젊은 쥐는 노화가 가속화된다는 징후를 발견했다.
일부 의사들은 이러한 예비 결과에 주목하여 치매 및 기타 노년기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젊은 사람의 혈장 주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이러한 치료법에 대해 "임상적 이점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라바이오시스, 인간의 수명 연장할까?
듀크대 의대의 제임스 화이트 박사(세포생물학)와 동료들은 수년 동안 노화 예방을 위해 생쥐를 대상으로 파라바이오시스를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파라바이오시스의 일반적 실험보다 두 배나 긴 약 3개월 동안 늙은 쥐와 젊은 쥐가 혈류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뒤 조심스럽게 분리했다. 연구진은 회복된 쥐들이 얼마나 더 오래 사는지 관찰했다.
연구진은 늙은 쥐가 더 오래 살았을 뿐만 아니라 노화 과정도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늙은 쥐를 분리한 뒤 동물의 생물학적 나이를 나타내는 혈액과 간에서 분자 지표를 조사했다. 두 달 후 이 분자 지표는 늙은 쥐가 같은 연령의 쥐보다 더 젊어졌음을 보여줬다. 화이트 박사는 "우리가 노화의 궤적을 재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늙은 쥐와 결합됐던 젊은 쥐도 영향을 받았다. 연구진의 한 명으로 하버드대 의대의 생체시계 전문가인 바딤 글래디셰프 교수는 "젊은 쥐는 빠르게 늙어갔지만 분리하자 다시 회춘했다"라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스탠포드대의 기생충 전문가인 토니 위스-코레이 교수는 "이 효과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시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마이클 콘보이 연구원(생화학)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이 발표한 유사한 실험에서 늙은 쥐가 파라바이오시스에서 분리된 이후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노화 관련 질환 연구 담당 부사장인 데이비드 글래스 박사도 이번 연구와 지난해 우크라니아 연구에 사용된 쥐와 다른 점을 지적하며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듀크대 화이트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무엇이 늙은 쥐의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 찾기 위해 후속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화이트 박사는 "우리는 그 방법과 이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서 늙은 쥐는 젊은 쥐와 분리된 이후 젊은 세포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 젊은 쥐의 세포만으로 회춘을 설명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늙은 쥐의 유해한 화합물이 어린 쥐의 혈액에 의해 희석된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혈액에는 늙은 쥐의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분자가 포함돼 있어 분리 이후에도 계속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글래디셰프 교수는 이번 연구가 노화예방을 위해 젊은 사람의 혈청을 주사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선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생쥐의 생명 연장 칵테일을 구성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연구진도 전혀 모른다. 게다가 혈청주사는 몇 달간 두 동물을 결합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그는 "그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링크(https://n.neurology.org/content/early/2023/07/26/WNL.0000000000207659)에서 해당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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