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광풍 낳은 ‘포모 증후군’ [만물상]
2000년대 초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생 패트릭 맥기니스는 학내 이벤트나 파티를 놓쳐선 안 된다는 강박감에 하룻밤에 파티를 7군데나 돌아다녔다. 숙취 탓에 수업에 지각하고 늘 피로감에 시달렸다. ‘이런 삶은 비정상’이란 깨달음과 함께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란 말을 만들었다. 하버드생들 사이에 이 말이 공유되면서 신조어 사전에 등재됐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뒤처지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소외 불안감, 고립 공포감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매진 임박’ ‘한정 판매’ 같은 마케팅 용어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도 포모 증후군을 활용한 것이다. 포모 증후군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확산과 더불어 현대인의 병리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영국에선 성인 과반수가 포모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포모 증후군은 투자 광풍에도 일조한다. ‘비트코인 대박’ SNS 인증샷이 세계적인 코인 투기를 낳았다. 한국에선 코로나 사태 후 주가가 급등하자 ‘동학 개미’ 군단이 등장했다. 집값이 급등하자 ‘벼락 거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청년들이 앞다퉈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로 주택 매수에 나서는 바람에 ‘미친 집값’을 낳기도 했다.
▶코인·주식·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포모 증후군이 2차 전지 투자 열풍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전지 대표 기업의 주가가 폭등,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익으로 나눈 비율)이 120배를 웃도는 지경이 됐다.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성장성이 좋다는 테슬라의 PER도 78 수준인데, 기가 막힌다. 증시 격언대로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뒤늦게 상투를 잡은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탓에 패닉에 빠졌다. 2차 전지 테마주 급등락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만들고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화장실에 앉아서도, 운전 중에도 SNS를 챙겨본다면 포모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포모에서 벗어나려면 SNS 접촉 시간을 줄이고, 진짜 사람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현대사회에선 멀티 태스킹이 ‘능력’으로 치부되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싱글 태스킹’이 포모 증세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운동·명상·공부 등 각종 자기계발 활동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의 삶을 추구하는 게 탈출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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