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미 차익실현, 시세조종 주장까지... 증시 대혼란

윤주영 2023. 7.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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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까지 공매도 신규 설정 폭증
개인 2차전지 순매수 과도한 쏠림
"공매도가 주범" 투자자 집회 예고
게티이미지뱅크

과도한 2차전지주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증시 대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26일 대폭락 배경엔 시세조종 세력이 있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28일 에코프로는 12.8% 급등한 110만4,000원으로 주가 100만 원이 넘는 '황제주'에 복귀했다. 에코프로는 26일 장중 153만9,000원 신고가를 기록한 직후 가파른 속도로 내림세를 탔고, 이튿날(27일) 98만5,000원으로 내려앉았다. 26일부터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8조 원, 28일 복구한 금액은 3조 원이다. 전체 시총의 23%가 증발했다가 11% 되돌림했다.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것은 형제주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그룹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은 같은 기간 8조 원을 잃었다가 3조 원을 만회했고, 포스코그룹은 17조 원가량 빠졌다가 7조 원을 다시 벌었다. 28일 에코프로비엠 시총은 39조9,000억 원, 포스코그룹은 105조7,000억 원이다. 증시 대혼란 속 10% 안팎의 기업 자본이 밀물, 썰물처럼 움직였다는 뜻이다.


얽히고설킨 공매도와 개인투자자

혼돈의 2차전지: 에코프로를 중심으로. 그래픽=신동준 기자

현재 한국 증시는 ①2차전지 광풍을 노린 공매도 ②단기 차익실현 욕구 ③포모증후군(나만 소외됐다는 고립감)에 뒤늦게 2차전지 매집에 나선 개인 등이 뒤섞인 총체적 난맥상이란 분석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다음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이라, 주가 급등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에코프로의 경우 황제주 진입 하루 전인 17일부터 대폭락이 일어났던 26일까지 공매도 거래대금(신규설정 금액)이 220억 원에서 1,076억 원으로 5배가량 뛰었으나 이후 588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27일 공매도 잔고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거래대금 변동을 근거로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 때 공매도 세력이 대거 손을 털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17~26일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거래대금은 13배, 포스코퓨처엠은 11배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 양상도 복잡하다. 에코프로그룹은 대거 매도하는 반면, 포스코그룹은 집중 매집 중이기 때문이다. 26~28일 에코프로비엠은 개인투자자 순매도 종목 상위 3위권을 유지한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순매수 상위 4위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0위권을 유지했다. 광풍에 편승하되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후발 주자' 포스코그룹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코프로는 폭락 이틀째인 27일 순매수 종목 5위에서 이튿날 순매도 종목 5위로 추락해 단기 차익실현의 타깃이 된 모양새다.


증시 혼란에도 투자 열기 지속

26일 장 마감 시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혼란에도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아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27일 58조 원을 돌파했는데 지난해 7월 1일 58조7,383억 원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다. 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양대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1년 8월(27조4,530억 원)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 27조 원을 돌파했다.

게다가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도 3개월 만에 20조 원을 돌파해, 급락장이 재연되면 반대매매로 인한 추가 하방 압력까지 더해질 수 있다. 반대매매는 정해진 기간 내 약정된 증거금을 채워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것인데, 전날 종가 대비 낮은 가격으로 처분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용거래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은 28일부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신용거래 등급을 5그룹으로 낮추고 증거금률을 40%로 높였다. 6그룹부터는 빚투가 불가능하다.

일부 투자자는 '시세조종'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다음 달 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26일 이례적인 폭락장 배후에 시세조종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시장조성자로 등록된 기관들이 에코프로비엠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에도 2,200억 원의 공매도를 실행해 혼란상에 기름을 부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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