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가는 곳마다 쇼이구…‘북·러 밀착’ 과시한 전승절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자정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군사대표단장(국방장관), 리홍중 중국 당정대표단장(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기준으로 군복 입은 오른쪽이 쇼이구 장관, 왼쪽이 리홍중 부위원장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북한 명절인 전승절(7월27일, 조국해방전쟁 승리일)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3일간의 일정으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러시아와의 밀착 공조를 과시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어떻게 구체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은 북·중·러 군사협력 확대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3년간 북한 열병식이 첨단 무기 과시와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등장한 열병식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대표가 김정은 위원장 좌우에 나란히 앉은 장면은 북핵·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무력화하려는 행보로도 비칠 수 있는 장면이다.

전승절 행사 기간만 따지면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를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7·28일치 노동신문에 중국대표단 사진은 30장이 실린 반면, 러시아 군사대표단 사진은 84장으로 3배가량 많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9일 발행된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쇼이구 장관 사진을 리훙중 부위원장 사진보다 훨씬 많이 실었다.

특히 홍민 실장은 “북한이 러시아 관련 기사에서는 ‘견해 일치’ ‘공동전선’ 같은 밀착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28일,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을 27일 노동당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따로 만나 “동지적인 분위기”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중요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탄약이 부족해진 러시아가 북한 도움을 받고, 북한이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지원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북-러 관계에 견줘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중국 대표단장인 리훙중 부위원장이 중국의 정치국 위원 250여명 중 한명으로 급이 낮아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것 외에는 공식 활동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은 2018년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열병식 등 앞선 세 차례 파견 때는 지도부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을 대표단장으로 보낸 바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