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늪 정유사, 비주류 `윤활유`가 살렸다

전혜인 2023. 7. 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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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약세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윤활유 사업이 높은 수익성으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는 앞으로도 친환경·전기차 전환 등에 따라 윤활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대부분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가장 실적이 돋보인 부문은 윤활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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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산업과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용기를 공동 개발해 도입한 HD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브랜드 '엑스티어 제품'. HD현대오일뱅크 제공.

올해 2분기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약세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윤활유 사업이 높은 수익성으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는 앞으로도 친환경·전기차 전환 등에 따라 윤활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주력사업인 정유 사업이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유가 하락으로 재고자산 평가 손실 규모가 늘고, 경기 둔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약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10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부문의 영업손실이 4011억원에 달하는 게 가장 컸다. 대부분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가장 실적이 돋보인 부문은 윤활유였다.

윤활유 부문 매출은 1조1097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불과하지만, 전체 사업부 가운데 가장 많은 259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23.4%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에서 29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석유화학(820억원)과 윤활유(24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실적에서는 적자를 면하고 364억원의 흑자를 거둘 수 있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 부문에서 3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윤활기유에서 618억원의 이익을 내며 전체적으로는 3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윤활유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자동차, 항공, 선박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부터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경유 마진 강세로 인해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 생산이 줄었고, 이에 따라 윤활기유의 마진도 함께 올라갔다.

이에 더해 올해 2분기에는 유가의 하락이 원가 절감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윤활기유 마진이 추가적으로 상승했다.

정유업계는 하반기에도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성수기 진입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따른 수요 증가로 윤활유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전기차 전환 트렌드에 따라 중장기 윤활유 수요 역시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윤활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전용 윤활유를 공급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각각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신성산업과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용기를 공동 개발해 윤활유 브랜드 엑스티어 제품에 도입하는 등 친환경 트렌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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