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창립 35주년 한 달 앞으로…“헌재에 바란다” 초대 재판관들 말말말 [법조 인앤아웃]

박진영 2023. 7. 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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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1일 헌법재판소 창립 35주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김 전 재판관은 "개헌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위상이 크게 발전될 것으로 믿는다"며 "법원 재판도 헌재의 심판 대상이 돼 헌법재판 기능을 다하게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광률(87) 전 재판관은 헌법과 현실이 부합하는 '규범적 헌법'을 지적하면서 헌재에 "명실상부한 '헌법의 수호자', '기본권의 파수꾼'이 돼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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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권력에 아부 안 돼”
“‘각하재판소’ 비판 성찰을”
헌재, 구술 채록 사업 진행
8월 말 책자 첫 발간 예정

오는 9월1일 헌법재판소 창립 35주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헌재가 오늘날 모습을 갖춘 데는 기틀을 닦은 초대 재판관들의 공이 크다. 헌재 발전을 위해 초대 재판관들이 말하는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초대 재판관들 사이에선 삼권분립을 위해 헌재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병채(90) 전 재판관은 “헌재는 권력에 아부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에게도 아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 전 재판관은 “장기 집권을 방지하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체제를 만들려면 헌재를 둬야 한다 해서 헌재가 생겼다”고 헌재의 존재 의의를 설명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모습. 뉴스1
이시윤(88) 전 재판관은 “모든 분야가 전문화되고 있고, 재판도 전문화되는 게 시대적 추세”라며 “(헌법) 전문 재판 기관으로서 헌법소원 요건을 폭넓게 해석해 본안 심리에 적극성을 보여 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재판관은 “‘각하재판소’란 말이 있다”며 “그런 비판이 있다는 걸 겸허하게 성찰했으면 한다”고 쓴소리도 했다.

‘헌재 위상 제고’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진우(91) 전 재판관은 “국제적인 헌법재판 기구의 중심이 된 큰 발전을 이뤘다”면서도 “헌재 위상은 다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재판관은 “개헌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위상이 크게 발전될 것으로 믿는다”며 “법원 재판도 헌재의 심판 대상이 돼 헌법재판 기능을 다하게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법원 재판에 대해서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유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김양균(86) 전 재판관도 “헌법이 법률보다 상위 규범이기 때문에 대법원과 동등 이상으로 예우돼야 온당하다”며 헌재 위상 제고를 당부했다. 김 전 재판관은 이를 위해 헌재 명칭을 ‘대헌원(大憲院)’으로, 헌법재판관은 ‘대헌관(大憲官)’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재판관 정원을 9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증원된 3명은 헌재 소장이 지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전 재판관은 “그렇게 되면 헌법연구관이나 실·국장을 아주 우수한 법조인 중에서 발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광률(87) 전 재판관은 헌법과 현실이 부합하는 ‘규범적 헌법’을 지적하면서 헌재에 “명실상부한 ‘헌법의 수호자’, ‘기본권의 파수꾼’이 돼 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초대 헌재 재판관들의 인터뷰는 헌재가 2016∼2017년 진행했다. 헌재는 2016년 전직 재판관들 ‘구술 채록’ 시범 사업을 시작해 4기 재판부까지 진행한 상태다. 창립 기념일 전날인 다음 달 31일 1기 재판부 구술 채록을 책자로 펴낼 예정이다. 김진우·김문희(86)·이시윤·최광률·한병채·김양균 전 재판관과 변정일(81) 초대 사무처장의 구술 채록을 엮는다.

헌재는 조규광(1926∼2018) 초대 소장에 대한 책자도 발간한다. 헌재 관계자는 “조 소장님 구술 채록을 하진 못했다”며 “대신 다른 분들이 조 소장님에 대해 말해 준 것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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