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위협에 … 軍, 헬기 탑재 ‘안티 드론건’ 도입한다

구현모 2023. 7. 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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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 아닌 무력화 중점 ‘소프트킬’ 방식
2022년 격추 실패로 軍 안팎 필요성 제기
방사청, 2024년 전력화 목표로 사업 추진
8월 2일 국내 업체 대상 예비 설명회
중대형 무인기 대응 어려운 점은 한계
南 겨냥 수중전략 무기체계 추정 ‘해일’
北 열병식서 전담 부대와 함께 공개도
북한이 자칭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를 공개한 가운데 우리 군도 헬기에 장착하는 ‘휴대용 드론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말 우리 영공을 침투한 북한의 소형 무인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다만 이런 휴대용 드론건으로는 북한이 이번 공개한 것과 같은 중대형 무인기에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방 참호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휴대용 ‘안티 드론건’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3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내 방산·일반 업체를 대상으로 휴대용 드론건 사업 예비 설명회가 다음달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다. 휴대용 드론건 사업은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안티 드론건’을 헬기에 장착하는 사업으로 2024년 전력화가 목표다. 군은 국내 업체가 개발한 무기체계를 구매할 예정인데, 군이 드론건 도입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인기가 수신하는 위성항법장치(GPS) 신호와 지상에서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발신하는 조종 신호를 교란해 무력화하는 ‘소프트킬’(Soft Kill) 방식이다.

앞서 군 내부에서는 지난해 12월26일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당시 격추에 실패한 뒤 드론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를 추적하며 코브라 공격헬기에 장착된 20㎜ 기관포로 100여발 사격을 가했으나 격추에 실패했다. 또 프로펠러 항공기인 KA-1 경공격기를 투입해 북한으로 돌아가는 무인기를 추격했지만, 격추 시 민간 피해를 우려해 결국 사격하지 못했다.

이에 총으로 무인기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Hard Kill) 방식이 아닌 무력화에 중점을 둔 소프트킬 방식의 무기체계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지상용 드론건은 이미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헬기 탑재용으로 활용하려면 지상용 드론건의 일부 개조가 필요하다.

다만 헬기 장착용 드론건은 북한이 지난 27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전략 무인정찰기 ‘샛별-4형’이나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 같은 중대형 무인기에 대응하긴 힘들다. 북한의 무인기 개발 속도가 우리 군의 드론 방어체계 도입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열병식) 영상이나 언급 내용에서 확인되는 전략 무인정찰기는 1대로 추정되며, 5대 이상의 다목적 공격기가 양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러시아, 중국, 이란 등과 끊임없는 기술 교류를 통해 현대적인 군사기술을 획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핵어뢰 '해일'로 추정되는 신무기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편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남한의 해안 도시와 군사시설 등을 겨냥한 수중전략 무기체계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열병식 도중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가 등장하는 순간 “핵 무인 수중공격정 종대가 고도쳐 진군한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설명으로 보아 핵 무인 수중공격정 종대는 해일을 전담해 운용하는 부대로 추정된다.
이에 우리 해군은 전날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SSN)과 함께 제주도 남방 해상에서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했다. 해군에 따르면 훈련에는 한국에서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와 장보고급 잠수함 이순신, 미국에서는 아나폴리스함(SSN-760)이 각각 참가했다. 아나폴리스는 지난 24일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한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잠수함이다. 핵무기를 탑재하진 않지만 주로 대함전 및 대잠전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으로 총 62척 건조된 LA급 잠수함의 49번째 함정이다.
韓·美 해군, 연합 대잠훈련 한·미 양국 해군이 29일 제주도 남방 해역에서 북한 잠수함 침투에 대비해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을 하고 있다. 아래는 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 위는 우리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 이순신. 해군 제공
이번 훈련은 한·미 참가 전력이 가상의 북한 잠수함을 대상으로 탐색·추적·식별 등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했다. 훈련에 참여한 율곡이이함 김기영 함장(대령)은 “북한의 다양한 수중 위협에 대한 한·미 해군의 연합 대잠전 수행 능력을 증진할 수 있었다”며 “한·미 해군 간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위협을 억제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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